[박정렬의 신의료인]

십이지장에 빛을 쬐 비만, 당뇨병 등 대사질환을 해결하는 '광역동 치료' 효과를 국내 연구진이 확인했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정문재 교수와 내분비내과 구철룡 교수, 가톨릭대 바이오메디컬화학공학과 나건 교수와 이상희 박사 등 공동 연구팀은 내시경을 통한 빛 치료로 당뇨 쥐의 몸무게와 지방량 감량에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비만 대사 수술은 위를 줄이거나 영양을 흡수하는 소장의 길을 바꿔 당뇨병과 비만 등 대사질환을 치료하는 수술법이다. 치료 효과가 강력해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식약처도 고도 비만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 대상 비만 대사 수술을 허가했다.
하지만 소화 과정을 빠르게 거치면서 구토, 어지러움, 식은땀 등이 나타나는 덤핑증후군을 포함한 부작용 우려에 실제 수술이 필요한 환자의 1%도 이를 선택하지 않는 상황이다. 위 폐쇄, 영양실조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연구팀이 이런 수술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내시경을 통한 광역동 치료(photodynamic therapy·PDT)에 주목한 배경이다.

PDT는 빛에 반응하는 광과민제(광감각제)에 특정 파장의 빛을 조사해 주변 세포를 사멸시키는 방법이다. 치료를 위해 조준한 세포는 십이지장에 분포하는 K 세포로, K 세포는 위억제펩티드(GIP)를 분비해 대사질환을 악화시킨다. 반면 L 세포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을 분비해 혈당·체중·식욕 감소를 이끌어 대사질환을 호전시키는 것으로 보고된다.
연구팀은 당뇨 쥐를 대상으로 K 세포가 주로 분포하는 십이지장 내부에 광과민제를 주입한 후 특정 파장의 빛을 조사해 GIP 호르몬을 분비하는 K 세포를 제거하고 L 세포를 증식시켰다. 그 결과 실제 GIP 분비가 감소했고 몸무게와 지방량은 각각 7%, 6%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통해 당뇨가 개선되는 효과도 관찰됐다.

구철룡 교수는 "광역동치료를 통해 소장 대사질환에 관여하는 세포 비율을 변화시켜 최근 주목받는 비만 치료 약의 대체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정문재 교수는 "광역동치료는 수술에 비해 안전하다"며 "인체 적용을 위해 다양한 조건에서 추가로 시술을 테스트하며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바이오머티리얼'(Biomaterials)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