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공의들의 근무지 이탈로 의료대란이 지속되면서 일각에서 '처방전 리필제'(반복 조제 처방전)를 시행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처방전 리필제는 환자가 의사에게 받은 처방전을 사용해 추가로 의사의 진료를 받지 않고 약을 구매할 수 있는 제도다.
5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처방전 리필제와 관련한 질문에 "처방전 리필에 대해서는 의료공백이 길어지면 고려해 볼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며 "다만 현재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바는 없다"고 밝혔다.
앞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4일 "단축 진료나 휴진으로 의사 처방을 받을 수 없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환자에 대해서는 처방전 리필 사용을 즉시 허용하고 이외 질환에 대해서는 약사의 처방권을 일시 허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지방에서 사는 사람이 서울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3년치 약을 처방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장기간 약을 보관하면서 약이 변질될 우려가 있다"며 "환자 건강과 편의성을 위해 처방전 리필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처방전 리필제로 의료비와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또 "정부에서 확대한 비대면 진료가 사실상 치료목적보다 약을 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면이 있다"며 "약을 얻기 위해서라면 차라리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처방전 리필제를 도입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미 처방전 리필제를 도입한 나라도 있다. 약학정보원이 2022년 4월 게시한 '반복 조제 처방전 제도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대만, 영국, 일본 등이 처방전 리필제를 시행하고 있다.
국가별로 미국은 1951년부터 의사 승인 하에 처방전의 반복 사용이 허용됐다. 영국은 반복 처방이 전체 처방전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대만은 정부가 지정한 만성질환을 갖고 있고 상태가 안정적인 환자에만 리필 처방전을 발행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외래진료비 절감을 위해 2022년부터 '리필 처방전' 제도를 도입했다.
다만 제도를 도입하면 진료 수익이 줄어들 수 있어 의사들의 반대가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처방전 리필제를 시행할 경우 약물 과잉 복용이 있을 수 있고 의사가 환자의 질병 진행을 놓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