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인이 아니어도 반영구화장(눈썹·아이라인·입술 문신)과 타투 등 문신 시술을 할 수 있게 허용하는 '법안'이 여야 모두에서 발의되면서 17대부터 이어진 의사들의 '철옹성'이 무너질지 주목된다. 하지만 이번에도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면서 입법 과정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날(26일) '문신사·반영구화장사법안'을 대표 발의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제안 이유로 "과거 문신을 의료행위로 판단했던 일본도 2020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문신은 의료행위가 아닌 것으로 최종 판결했다"며 "이제 문신을 의료행위로 간주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문신사·반영구화장사에 대한 자격과 업무범위, 위생 관리 의무, 영업소 신고 등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명확히 규정해 법체계와 현실의 괴리를 줄이고 이용자의 보건위생과 종사자의 직업의 안정성을 보다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문신사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22대 국회에서 문신 합법화를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박주민 의원은 "문신을 시술받으려는 이유가 의료목적이 아니라 주로 미용 목적이고, 시술자도 대부분 의료인이 아니어서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크다"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임기 중에 반드시 문신사법을 통과시키도록 정부·여당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 법제화에 대해 여야 모두 힘을 실은 가운데, 대한의사협회는 20일 "'문신사법안'의 의료적·법리적인 문제점을 바탕으로 법안 제정에 반대 입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의협은 "문신은 피부 표면에 색소를 도포한 후 바늘로 찔러 색소를 진피층에 주입해 피부에 영구적인 색소침착을 남기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며 "이러한 행위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를 수반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비의료인의 문신 시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의료적 문제점으로 △부작용 발생 △감염 위험 △마취연고 사용 문제 △염료 안정성 △일반인이 예상하기 어려운 부작용 등을 나열했다.
하지만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에 대해 법제화부터 한 후, 시술 도구를 법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병수 한서대 건강증진대학원장은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문신 시술에 사용되는 바늘·잉크가 공산품으로 관리돼, 아무리 숙련된 시술자가 시술하더라도 정교하지 못한 바늘, 입자 크기가 불규칙한 색소 등이 인체 침습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법제화한 후 바늘·색소 등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체 사용할 수 있는 목적으로 허가하는 등 적법하게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에 대한 형사처벌은 지난 1992년 대법원의 판결에서 출발했다. 당시 대법원은 "문신 시술은 의료행위에 해당하고, 보건위생에 위험이 발생할 염려가 있다"며,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에 따라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이 조항 1항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했는데, 문신 시술을 위해 바늘로 피부를 찌르는(침습) 행위를 대법원은 의료 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2022년 8월 청주지법 형사항소1부는 "미용 목적의 반영구화장 시술은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부산지법도 "문신 시술은 의료행위와 다르고 시술 방식과 염료의 위험 감소, 사회 인식 변화, 대법원 판례 변천 등을 종합하면 눈썹 시술은 의료행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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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문신 시술 이용자 현황 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문신(반영구화장·타투) 시술을 받아본 국민은 약 1300만명, 관련 시술자는 약 35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문신을 시술받은 장소로 응답자의 81%가 '문신 전문숍'을 꼽핬지만, 병·의원에서 시술받은 경우는 1.4%에 그쳤다. '의료인'에게 합법적으로 반영구화장·타투를 시술받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문신 업계에선 17~21대 국회에서 번번이 의사들의 반발로 법안 통과에 제동이 걸린 만큼, 비교적 안전하면서 영구이지 않은 '반영구화장(눈썹문신)'이라도 먼저 합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일향 케이뷰티연합회 회장은 "의사들이 제기하는 문신 시술 위험성의 대부분은 반영구화장이 아닌 '타투'에 해당한다"며 "타투도 합법화하면 좋겠지만, 국민 1300만명의 대다수가 타투와 달리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지워지는 반영구화장을 시술받는다는 점에서 반영구화장부터 단계적으로 합법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