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약가' 이중압박에 눈치보는 빅파마…미국에만 수백조원 '돈뭉치'

'관세·약가' 이중압박에 눈치보는 빅파마…미국에만 수백조원 '돈뭉치'

홍효진 기자
2025.04.23 15:45
트럼프 행정부 '의약품 관세' 관련 주요 빅파마 대응.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트럼프 행정부 '의약품 관세' 관련 주요 빅파마 대응.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미국 정부의 의약품 관세부과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빅파마(대형 제약사)들의 투자금이 대거 미국으로 몰리고 있다. 이달 초 노바티스에 이어 최근 로슈와 리제네론도 미국 내 제조 기반 확대와 대규모 일자리 창출에 나설 계획이다. 이 가운데 미국 정부가 자국 내 약가를 국제 수준에 맞춰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전날 로슈는 미국 내 제조·생산과 연구·개발(R&D) 기반 확충을 목표로 향후 5년간 500억달러(약 71조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로슈는 이번 투자를 통해 약 1만2000명의 대규모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 "미국에서 수출하는 의약품이 수입보다 많아지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언급했다.

로슈의 이번 투자에는 펜실베이니아주(州) 유전자 치료제 공장과 매사추세츠주 R&D 센터, 인디애나주에 설립될 연속혈당측정기(CGM) 제조시설, 차세대 비만 치료제 개발을 위한 시설 건립이 포함된다. 비만 치료제 관련 시설의 건립 위치는 미정이다. 이를 통해 로슈는 현재 보유한 미국 내 생산시설 13곳과 R&D 시설 15곳의 기능을 확대할 계획이다.

같은 날 리제네론도 일본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 후지필름 다이오신스 바이오테크놀로지(이하 후지필름)와 30억달러(약 4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리제네론은 후지필름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건립 중인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통해, 미국 내 자사 생산역량을 두 배가량 늘릴 방침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의약품 관세 압박이 이어지자 빅파마는 총 수백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미국 지역에 쏟아붓고 있다. 지난 2월 일라이 릴리는 미국에 의약품 제조시설 4개를 새로 건립, 5년 내 가동을 목표로 270억달러(약 39조원)를 투자하겠단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어 3월 존슨앤드존슨(J&J)은 향후 4년간 550억달러(약 78조원)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노바티스도 이달 초 캘리포니아주 내 연구 혁신 허브 설립 등 10개의 신규 생산시설 건립에 230억달러(약 33조원)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중 텍사스와 플로리다에 위치할 시설 두 곳은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 전용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미국을 겨냥한 빅파마의 투자 규모는 220조원을 웃돈다.

이 가운데 미국 정부는 자국 내 약가를 국제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제약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는 현재 논의 중인 미국 정부안 중 제약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사안으로 꼽힌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도 국제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해야 한단 내용의 정책이 제안됐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약가가 가장 높은 국가로, 타 선진국 대비 평균 3배 가까이 의약품 가격이 높다.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는 트럼프 대통령이 '참조가격제'를 도입해 메디케어(의료보험)의 약가 협상에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이 경우 제약사가 미국에 적용될 약가 기준을 올리기 위해 참조 대상인 국가와의 기존 계약 내용을 재조정할 수 있다"며 "오히려 미국 내 기준 가격을 높이고 해외 수익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의약품을 직접 수출하거나 현지 판매를 위한 허가를 추진 중인 국내 기업이라면 약가 인하에 따른 수익성 저하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미국 시장 진입 장벽 자체도 지금보다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로 (의약품) 생산 회귀 압박은 있지만 글로벌 수요 증가분에 대응할 공간은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생산 효율성이 높고 단가 경쟁력 있는 한국 CDMO 기업엔 오히려 기회"라면서도 "미국 약가가 떨어지면 빅파마 수익성이 위축되고 국내 바이오벤처와의 신약 공동 개발이나 라이선싱 등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홍효진 기자

안녕하세요. 바이오부 홍효진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