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의 건강관리 '건(健)테크' (204) 췌장암 검사

최근 한 환자가 건강검진 혈액검사에서 '췌장암 표지자'(CA 19-9)가 올랐다며 사색이 돼 내원했다. 당장 췌장암이 걸렸을까봐 크게 우려하는 환자를 다독이며 다시 혈액검사로 추적해보니, 일시적으로 췌장암 표지자(CA 19-9)가 올랐다가 정상으로 회복된 소견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 환자는 췌장암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건강검진 당시 감기에 걸렸다가 회복 중이었는데, 이것이 일시적으로 췌장암 표지자가 오른 것처럼 만들었다.
건강검진을 받으면 대부분이 '암 표지자' 수치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그 중에서도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는 인식이 있는 췌장암 표지자 수치가 올랐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췌장암 암 표지자라는 명칭만 보면 췌장암과 관련이 커보인다. 실제 그럴까.
암(종양) 표지자는 우리 몸의 장기에서 정상적으로 분비되는 물질로, 일정 기준치보다 증가한 것을 보고 암 진단, 암 예후에 대한 예측, 항암치료에 대한 반응이나 내성 및 암재발의 예측 등에 이용한다. 췌장암 표지자인 'CA 19-9'는 고분자량 당지질로 발견 초기에는 대장암에 이용됐지만 현재는 췌장암에 가장 흔하게 이용한다. CA19-9는 정상적으로 췌장 및 담도계에서 합성·분비되나 그외에도 위, 대장, 자궁내막, 침샘 등에서도 합성·분비가 되고 4~8일 정도의 반감기를 가진다. 다른 종양표지자처럼 점액 당단백에 의해 혈청에서 운반된다.
그렇다면 무증상 환자가 건강검진으로 CA 19-9를 검사하는 것은 췌장암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될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췌장암 조기 발견을 위한 선별 검사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다양한 검사의 결괏값이 실제 질환 유무를 잘 예측하는지 정확도를 평가하는 '양성 예측도'로 보면 무증상 CA 19-9의 양성 예측도는 0.0008에 불과하다. CA 19-9가 ㎖당 37IU 이상인 검사자 1만명 중 8명 만이 췌장암 환자라는 얘기다. 다르게 해석하면 무증상 환자 중 CA 19-9 상승 검사자의 대다수가 췌장암 환자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반대로 CA 19-9가 정상이라고 해서 췌장암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 루이스(Lewis) 항원 음성이나 초기 췌장암에서는 값이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CA 19-9는 췌장뿐만 아니라 담도계, 위, 대장, 자궁내막, 침샘 등에서도 합성·분비가 되므로 췌장 외 다른 소화기계 악성종양(식도암·위암·장암), 갑상선 질환, 류마티스 관절염, 염증성 장질환, 췌장염 및 담관염 및 부인과 질환 등이 있는 경우에도 CA 19-9가 상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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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이 없는데 CA 19-9가 상승했다면 췌장암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 유무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만약 폐쇄성 황달이나 체중 감소, 위내시경상 이상소견이 없는 모호한 상복부 통증이나 설명이 되지 않는 등 통증,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 췌장염, 새로 진단된 당뇨가 갑자기 잘 조절되지 않는 경우는 CA 19-9가 정상이라도 췌장암 관련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외부 기고자 - 박재우 부천 서울조은내과의원 대표원장(전 분당서울대병원 진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