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재정 균형 위한 정책 토론회
1인당 GDP 10배 증가했는데…건보지출은 37.4배↑
"행위별 수가제 중심 지불제도 개편해야" 주장
반면 "행위별 수가문제 아닌 '저수가 지속'이 원인" 의견도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이하 건보) 재정 부담 완화를 위해선 비급여 관리체계 확립과 행위별 수가제(의료인의 진료행위 건수로 가격을 책정해 진료비를 지불하는 제도) 정비 등 지불제도 개편이 불가피하단 목소리가 나왔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건보 재정 균형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초고령화 시대 국민 의료비 부담과 건보 재정 등 여러 요소를 고려했을 때 총진료비를 관리한 체계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라며 "건보 환자에게 적용되는 비급여의 관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통계에 따르면 1989년 건보 도입 이후 1990~2023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0.1배 증가했지만, 1인당 건보 급여비(진료비 중 본인부담금을 제외한 공단이 지급한 금액)는 37.4배 급증하며 건보 재정지출이 국민 소득 대비 3.7배 이상 더 늘었다. 같은 기간 보험료율은 3.13%에서 7.09%로 2.3배 증가했는데, 보장률은 62.5%에서 64.9%로 거의 정체돼 있었다. 김 교수는 "보장률은 정체되면서 보험료율은 2배 늘었단 건 문제"라며 "그만큼 의료비 부담에 비례해 국민이 받는 혜택이 늘지 않았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10년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1.2% 올랐는데 의료수가는 76.4%, 진료량은 58.0% 올랐다. 수가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의 3.6배에 달한다"고 비판하며, 건보의 재정건전성과 지속가능성 담보를 위해선 행위별 수가제 중심의 현행 지불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내 건보 행위별 수가제의 점유율은 93.4%로, 포괄수가제와 일당제는 각각 2.1%, 4.5% 점유율에 그친다. 현재 직장가입자 보험료율은 7.09%로 법정 상한인 8%에 근접해 추가 인상 여력이 제한적이다.
김 교수는 "포괄수가제와 일당제 관련 행위별 수가로 청구하는 예외 항목을 축소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모든 비급여 진료비 자료 제출을 의무화해 비급여 관리 체계를 먼저 구축할 필요가 있다. 총진료비 목표는 GDP 증가율과 물가 상승률에 연동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건보 재정의 지속가능성 담보란 방향성엔 공감대를 이루면서도 행위별 수가제 개편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윤용선 대한의사협회(의협) 지불보상제도 태스크포스(TF) 부위원장은 "현행 지불제도가 국민 의료비 상승의 원인이란 말엔 동의가 어렵다"며 "의료비 상승 원인은 저수가다. 지불제도를 바꿔도 저수가가 유지되면 공급자 입장에선 어떻게든 행위량을 늘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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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의약분업과 '문재인 케어' 등 잘못된 의료정책으로 보장성만 강화했을 뿐 의료 전달 체계를 하나도 손보지 않았다"며 "지불제도 개편을 위해선 적정수가 보상과 의료 수요자의 행위량이 조절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는 "당장의 지불제도 개편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라며 "고령 환자가 병원에서 충분히 회복하고 집에 돌아가고 환자 상태에 따라 적절한 의료기관과 연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한편, 도수치료처럼 진입장벽이 낮은 치료를 받는 빈도가 지나치게 높은 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고 말했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건보재정이) 얼마나 유지 될 것이냐 측면에선 내부적으로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며 "지불제도 관련해선 행위별 수가제 대신 포괄수가제로 전환하는 게 아닌, 수가제 형태를 혼합해 효율성은 높이면서 진료비를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시도하려 한다"고 했다. 이어 "당장 지불제도를 개편하면 국민 의료 행태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수요자인 국민들의 반대도 클 것"이라며 "공급 측면에서 과잉 공급되고 있는 병상을 관리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전 국민 주치의 제도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윤 부위원장은 "주치의제는 의료기관에 환자를 등록하고 해당 기관에 게이트키핑(취사선택) 역할을 맡기잔 것"이라며 "환자 입장에선 마음대로 원하는 의료기관을 이용하다 한 의사에게만 가야 한다고 하면 선택권 제한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주치의제 멤버십이 들어가면 기관 제한이 불가피한 만큼 국민들의 수용 가능 여부 측면을 고민하고 있다"며 "병원을 오가는 게 어려운 노인 와상환자 대상의 멤버십 개념으로 운영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