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전공의, 이대로면 K-의료 '불안 요인'…어느 병원장의 한숨

복귀 전공의, 이대로면 K-의료 '불안 요인'…어느 병원장의 한숨

박정렬 기자
2025.08.26 15:11
양대열 강동성심병원장(비뇨의학과 전문의)가 머니투데이와 만나 전공의 교육 방안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사진=강동성심병원
양대열 강동성심병원장(비뇨의학과 전문의)가 머니투데이와 만나 전공의 교육 방안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사진=강동성심병원

의정갈등은 병원 현장에 '뉴노멀'(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 전공의가 없이도 의료의 질을 유지하며 환자를 돌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전공의의 대규모 복귀를 앞두고 오히려 의료 현장에 긴장감이 감도는 이유다. 교육과 근로를 경계 짓는 전공의들에게 전과 똑같은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어진 가운데 이들을 대신한 PA(진료 지원) 간호사와의 충돌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보다 근본적인 '불안 요인'은 오늘의 전공의가 미래에 어떤 의사로 성장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공의의 생각과 태도, 앞으로의 교육 방식이 모두 '뉴노멀'이기 때문이다. 40여년간 의료 현장에서 후학을 양성해 온 양대열 강동성심병원장(비뇨의학과 전문의)은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나 "강의 가는 것을 좋아하던 교수들도 재미없어하고 제자와 관계 맺는 걸 두려워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기술자'로서 의사는 길러낼 수 있을지언정 '의료인'으로서 의사 육성은 힘들지 않을까 싶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오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사진=(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오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사진=(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과거에는 의사가 '꿈의 직업'은 아니었다. 서울대의 경우 입학 성적이 공대와 비슷했다. 의사가 되기 위한 동기도 다양했다. 경제적인 안정이 1순위인 경우는 드물었다. 돈을 좇아 의사가 됐어도 동기나 선배를 보고 '이타적인 의사'나 '의사 연구자'로 마음을 돌린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가 터지며 의사는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는 '전문직의 대명사'가 됐다. 어느새 의사는 '가슴'보다 '머리', '머리'보다 '집안'이 좋아야 하는 직업으로 변모했다. 양 병원장은 "갈수록 빨리 졸업하고, 전문의 면허를 따 돈을 벌고 싶어 하는 후배가 많아진다"며 "쉽게 안정적으로 이익을 얻는 게 의사로서 전부라 여기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의정갈등은 '제2의 IMF'와 같은 변화를 촉발했다는 게 양 병원장의 진단이다. 안 그래도 전공의들은 어렵고 힘든 일을 피했는데, 의정 사태 후 이런 경향이 더 심해졌다는 것이다.

2025년 월별·전문과목별 전공의 복귀 현황/그래픽=윤선정
2025년 월별·전문과목별 전공의 복귀 현황/그래픽=윤선정

의사로서 실력을 갖추기 위해 의대 교수와 간호사 등 전공의 주변의 의료진은 모두가 서포터였다. 전공의가 환자를 보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에 대응이 늦거나 실수해도 '서포터'들이 있어 안심이었다. 선배들이 '돈 받으며 교육받는다'며 우스갯소리를 하던 옛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충분한 임상 경험을 쌓는 것을 전공의 스스로 기피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양 병원장은 "'수련 환경 개선=근무 시간 단축'이 공식처럼 됐고 과거 전공의의 태도와 사고를 거론하는 것은 '꼰대'로 비친다"며 "3~4년간 자리만 지킨다고 전문의가 되는 것이 아니다. 밤새 환자를 지키고 소생시켜 본 의사가 비슷한 상황에서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젊은 전공의들이 다양한 경험의 소중함을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양대열 강동성심병원장./사진=강동성심병원
양대열 강동성심병원장./사진=강동성심병원

의사에게 인기 있는 진료과는 시대와 함께 변화했다. 과거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에서 이제는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와과)와 '정재영'(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이 주목받는다.

몸이 편하고, 돈을 많이 버는 진료과가 인기라고 여기지만 이는 '의사의 선택'보다는 '정부의 정책'이 작동한 결과라는 게 양 병원장의 시각이다. 정부의 결정에 따라 어떤 진료과도 육성·규제의 '대상'이 된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양 병원장은 "인기과라는 것은 의료 제도에 따라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모래성과 같다"며 "의술에 스스로 자신이 있어야 흔들림 없이 의사로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수련병원이 전공의를 바라보는 시각은 달라지고 있다. 의정 사태가 몰아친 뒤에도 오히려 '전공의 없는' 종합병원이 경영 측면에서 선방하면서 체질 개선의 필요성이 더 부각됐다. 전문의 중심 병원이 '답'이라는 결과가 전공의가 없는 1년 반의 자연 실험을 통해 나와버린 것이다. 전공의 교육의 주체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 간의 입장 재정립의 필요성도 부상했다.

전공의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앞으로도 커질 전망이다. 전처럼 '근로자'로서 병원 구성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연구, 논문 작성, 의료 AI나 로봇 등 산업 육성에 '의사 과학자'로 역할이 강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 병원장은 "의료 정상화는 어떻게 하면 과거로 회귀할지에 대한 담론"이라며 "미래를 이야기해야 할 시점에 과거를 쫓지 말아야 한다. 눈앞에 이익보다 앞으로 '진짜 의사'가 될 방안을 젊은 전공의와 선배 의사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양대열 강동성심병원장은…

비뇨의학과 전문의로 40여년 간 교육·임상 현장에 몸담았다. 아시아태평양 성의학회 편집위원장, 대한남성과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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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의학 제약 바이오 분야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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