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련 아닌 일 너무 많아" vs 간호사 "1년반 고생 사라질까"

전공의 "수련 아닌 일 너무 많아" vs 간호사 "1년반 고생 사라질까"

정심교 기자
2025.09.17 18:05

'의사 수련 시스템 개선방안' 기자간담회서 양측 토로

최윤영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왼쪽)와 최수정 한국전문간호사협회 회장이 현재의 전공의 수련 시스템과 진료 현장의 문제점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최윤영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왼쪽)와 최수정 한국전문간호사협회 회장이 현재의 전공의 수련 시스템과 진료 현장의 문제점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수련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과중한 업무로 인해 교육의 본질이 희생되고 있습니다."(최윤영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17일 의료공동행동이 서울 중구 한국YWCA연합회에서 개최한 '환자와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의사 수련 시스템 개선방안' 기자간담회에서 최윤영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레지던트 4년차)는 이같이 언급하며 "단순히 전공의 처우가 아니라, 환자 안전과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수련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의료공동행동은 한국의 전공의 수련 시스템이 △과도한 노동 시간 △실질적인 의술 습득 부족 △수련 시스템 통합 컨트롤타워 부재 △일차의료·지역의료 교육 부재 △국가 지원 부족 등으로 어려움에 부닥쳐있다고 호소했다. 오승원 의료공동행동 수련체계개선분과위원장(서울의대 교수)은 "주 52시간이 법제화하고, 주 4.5일제가 화두로 떠오른 올해에도 전공의법에선 주 80시간 근무가 규정돼 있다"며 "심지어 전공의의 52%가 주 80시간을 넘겨 근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흉부외과 등 일부 필수·중증과의 전공의들은 주 100시간 넘게 근무하는 게 관행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런 초과근무는 전공의뿐 아니라 환자에게도 위협적이라는 게 의사들의 우려다. 2022년 대한전공의협의회와 신현영 전 민주당 의원의 '전공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시간이 과도할 때 환자 위해 사건 위험이 높았다.

17일 의료공동행동이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패널들이 전공의 수련 관련 개선점을 언급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17일 의료공동행동이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패널들이 전공의 수련 관련 개선점을 언급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해외 사례는 어떨까. 영국은 '유럽연합 근로 시간 지침'에 따라 전공의의 근무 시간은 48시간을 넘기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보장받는다. 미국의 전공의 주당 근무 시간은 80시간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하지만 연속 근무는 한국(최대 36시간, 응급상황에선 최대 40시간)보다 적은 최대 24시간으로 제한한다.

최윤영 전공의는 "전공의는 미래 전문의로 성장하기 위해 교육받아야 하는데도 현실에선 의료팀 내 인력 부족을 메우는 데 쓰인다"고 토로했다. 병원별 수련의 질이 다르다는 것도 지적했다. 그는 "전공의가 어떤 환자를 경험하는지에 따라 전문의가 됐을 때의 시각이 달라진다"면서 "현재 한국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져 지역 중소병원, 수도권 대형병원 사이의 환자군이 다른데, 이는 전문의 역량의 편차를 벌릴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전공의의 근무시간이 줄어든 만큼 그 공백을 누가 메울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최수정 한국전문간호사협회 회장은 "전공의의 주 80시간 근무 중 절반은 수련, 절반은 노동이라고 치면 근무시간을 60시간으로 줄이면 결국 20시간치 노동력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빗댔다. 이를 두고 '의사 인원을 늘려야 한다', '전문의가 전공의 대신 당직을 서야 한다' 등 주장이 의료계 안팎에서 나온다.

하지만 최수정 회장은 "전공의가 떠난 지난 1년 반 동안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사업이 진행됐고, 중증 환자 비중이 늘었다"며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전문간호사가 전문의와 팀을 이뤄 환자를 돌보는 체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올해 하반기 전공의가 돌아오면서 상황이 원점으로 가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데 대해 그는 안타까워했다. 최 회장은 "전문간호사들을 원래 자리로 복귀시키라는 지시가 내려오고, 일부 병원에선 '회수한다'는 표현까지 쓴다"면서 "지난 1년 반 동안 환자 안전을 지켜낸 시스템을, 전공의가 돌아왔다는 이유로 그냥 없었던 일처럼 덮어버려야 하는 걸까"라고 반문했다.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최윤영 전공의(발언자)와 오승원 서울의대 교수(앞줄 오른쪽)가 "전공의 복귀 이후 수련의 질을 말해야 할 때"라며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최윤영 전공의(발언자)와 오승원 서울의대 교수(앞줄 오른쪽)가 "전공의 복귀 이후 수련의 질을 말해야 할 때"라며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전공의 복귀율이 병원마다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수련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일영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우리 병원은 병상 규모에 비해 전공의 수가 적은 편이어서 전공의 1인당 업무량이 많다"며 "다행히 전공의가 꽤 많이 돌아왔지만,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은 병원은 수련시스템 개선을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 병원별 전공의 복귀 현황에 따라 수련환경 개선 시스템도 달리 가동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전공의에게 오후 5시 반에 입원한 환자를 보라고 지시할 수 없다는 게 교수들의 토로다. 오일영 교수는 "내과 만성질환 환자가 급성으로 오면 보통 5일~2주간 입원하는데, 전공의 72시간 근무 조건 때문에 환자 1명이 치료받고 퇴원하기까지 주치의가 달라진다"며 "전공의들이 언제는 있고 언제는 없다. 입원환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하며 배워야 하는 교육 구조가 무너졌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정심교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의료헬스팀장 정심교입니다. 차별화한 건강·의학 뉴스 보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現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의료헬스팀장) - 서울시의사회-한독 공동 선정 '사랑의 금십자상(제56회)' 수상(2025) - 대한의사협회-GC녹십자 공동 선정 'GC녹십자언론문화상(제46회)' 수상(2024) - 대한아동병원협회 '특별 언론사상'(2024) - 한국과학기자협회 '머크의학기사상' 수상(2023) - 대한이과학회 '귀의 날 언론인상' 수상(2023)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