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심교의 내몸읽기]
서울대병원, 어린이 128명 대상 투여법 비교
먹이지 않고 코에 뿌렸더니 부작용 80% 줄어

어린이가 아프면 발버둥 치며 몸을 심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어린이 환자를 안전하게 검사·시술하려면 사전에 잠들게 유도하는 '진정법'을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 응급실 등 진료 현장에서 빈번히 요구되는 의료기술이다. 하지만 검사 도중 아이가 깨어 움직이면 검사를 중단하고 다시 약을 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심지어 호흡기계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어, 안전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다.
문제는 기존에 널리 사용돼온 '먹는 약'의 진정 실패율이 높고, 실패 시 합병증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또 진정 도중 발생하는 저산소증 등 심각한 호흡기계 합병증을 신속하게 탐지할 수 있는 모니터링 전략이 그간 없었다. 이에 국내 연구팀이 무작위배정 임상 연구를 통해' 약물 선택'과 '감시 방법'이라는 두 핵심 요소를 동시에 개선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서울대병원 김진태 교수 연구팀은 7세 미만 소아 128명을 대상으로 포크랄 하이드레이트를 입으로 먹이는 방법과, 덱스메데토미딘·케타민을 코 안에 뿌리는 방법을 비교한 무작위배정 임상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두 방법 간 검사·시술을 위한 진정 유도 효과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나, 코 안에 뿌리는 방법에서 부작용(무호흡, 산소포화도 저하, 호흡 보조 또는 기도 개입 필요 여부, 구토 등) 발생률을 기존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3.2%대 16.7%).
또 연구팀은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197명을 대상으로, 진정 중 산소포화도를 감시하는 기존 방식과 여기에 숨을 내쉴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까지 함께 측정하는 ETCO₂모니터링을 추가한 방식을 비교한 무작위배정 임상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기존 산소포화도 감시에 ETCO₂모니터링을 병행할 경우, 위험 상황을 조기에 인지할 수 있어 저산소증(혈액 속 산소 농도가 정상보다 낮아진 상태) 발생률이 약 절반 수준으로(32.7%에서 15.6%로) 감소했다.
그동안 소아청소년 환자에서 검사·시술을 안전하게 시행하기 위한 사전 진정법은 실패할 위험이 있고, 부작용 발생 등의 문제로 진료 현장에서 꾸준히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많은 수의 소아청소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가 쉽지 않아, 약물 선택과 감시 전략을 체계적으로 비교·검증한 근거는 충분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경구 투여 대신 비강 분무 방식을 적용하고, 산소포화도 감시에 이산화탄소 모니터링을 병행해 진정 효과는 유지하면서도 안전성을 높일 수 있음을 임상적으로 확인했다. 향후 진료현장에 널리 도입되려면 해당 약물을 사용할 수 있는 질환·증상의 범위를 넓히고 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등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내용은 임상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근거를 창출해 의료기술의 실제 가치를 높이는 연구를 지원해 온 환자중심의료기술최적화연구사업단(PACEN. 보건복지부 지원 연구개발사업,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주관)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소아 진정 기술 최적화 연구'(연구책임자: 서울대병원 김진태 교수)를 바탕으로, PACEN 임상적 가치평가(PACEN 지원 연구 성과의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고, 공익적 활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여러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회의)를 통해 도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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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임상적 가치평가 보고서는 PACEN 홈페이지(https://pacen.neca.re.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