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 후에 다이어트 약" 맘대로 먹다 안 먹다...편법 복용 '비상'

"폭식 후에 다이어트 약" 맘대로 먹다 안 먹다...편법 복용 '비상'

홍효진 기자
2026.03.16 15:28

'식욕억제제 복용' 73.5%가 부작용 경험
입마름·불면증·요요현상 등…우울증도 겪어
복용법 '자의적 해석' 우려…처방 용량 넘기기도

경구용 식욕억제제 복용 행태 사례.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경구용 식욕억제제 복용 행태 사례.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보통 폭식한 다음 날 먹어요. 아침에 먹고 종일 굶죠. 그럼 식욕이 없어지니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의약품 남용 연구 참여자 A씨)

비만이 아님에도 다이어트약을 장기간 복용하고 자의적으로 복용법을 바꾸는 등 '경구용 식욕억제제'의 오남용 사례가 잇따른다. 식욕억제제 특성상 중독성과 의존성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적극적 관리 체계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1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2022~2025년 경구용 식욕억제제 복용 경험이 있는 만 19~64세 성인 25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오남용 등 관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3.5%가 식욕억제제 복용 후 부작용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입 마름(72.0%) △불면증(66.7%) △두근거림(68.8%) △요요현상(53.4%) 등을 경험했으며 우울증(25.4%), 성격 변화(23.8%), 불안(22.8%) 등 정신적 부작용을 겪은 이들도 적잖았다.

가장 우려할 점은 복용법에 대한 자의적 해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권고안에 따르면 경구용 식욕억제제는 '식사, 운동 및 행동 수정 등 체중감량 요법에 반응하지 않는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환자, 고혈압, 당뇨병 등 다른 위험 인자가 있는 BMI 27㎏/㎡ 이상인 비만 환자에서 단기간의 보조요법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돼 있다. 특히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 마진돌 등 의료용 마약류로 관리 중인 식욕억제제는 허가 용량 내 4주 이내 단기 처방하며 최대 3개월 이내 사용해야 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실제 현장에선 1년 내내 복용하거나 환자 스스로 단약과 재복용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보사연 연구 참여자 A씨(50대·여)는 3주치의 경구용 식욕억제제를 의사와 상의 없이 폭식한 다음 날 금식을 위해 간헐적으로 복용 중이었다. 비만이 아님에도 약을 복용 중인 B씨(30대·여)의 경우 "의사가 '끊으라'고 하지 않았지만 체중이 빠져서 혼자 안 먹다 다시 먹기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응답자 중 18.7%는 의사가 처방한 용량 이상으로 식욕억제제를 복용했다고도 답했다.

이청우 중앙보훈병원 가정의학과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약물 순응도(환자가 의사 처방에 맞춰 약물을 복용하는 정도)를 잘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식욕억제제는 향정신성의약품과 부작용이 심한 약물이 섞여 있어 복용 방식을 환자가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의사 중에서도 올바른 치료 방식을 고려하지 않는 등 비만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단 것도 근본적 문제"라며 "의료진은 처방 과정에서 부작용 가능성 등을 환자에게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용 목적의 처방 사례가 많단 점도 개선이 시급하다. 이번 조사에서도 식욕억제제 복용을 결정한 이유로 '비만을 진단받지 않았으나 체중을 줄이기 위함'(55.6%)이란 답변이 가장 많았다. 최근 5년간(2021~2025년) 마약류 식욕억제제 누적 처방량은 10억정 이상이다.

이재혁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명지병원 내분비내과)는 "다이어트약이 비급여 항목이고 처방·복용 행태가 제대로 모니터링되지 않고 있다"며 "사용 권고안에 맞지 않는 편법 복용이 비일비재함에도 사실상 의료인의 양심과 원칙, 환자의 지식수준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이어트약을 수년간 장기 복용한 경우라면 나름의 복용 패턴이 굳어져 바꾸기가 쉽지 않다"며 "오남용 관련 대국민 캠페인 등 정부 차원의 적극적 홍보 전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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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효진 기자

안녕하세요. 바이오부 홍효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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