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을 의사가 없다" 반복되는 '분만 뺑뺑이' 비극
모자의료체계 개편·강화에도…응급 대응 어려워

'분만 뺑뺑이(수용 불능)' 비극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현장 인력 공백을 해소할 실질적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권역 내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진료 거점이 돼야 할 권역모자의료센터로 지정된 대학병원마저 전문의가 없어 응급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 이어진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가 고위험 분만 진료체계 구축을 위해 모자의료체계를 강화했음에도 응급 분만 뺑뺑이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 1일 충북 청주에선 임신 29주차인 30대 여성이 응급 분만할 병원을 찾지 못해 부산까지 이송됐으나 태아가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앞서 지난 2월 말 대구에서도 조산 증세를 보인 쌍둥이 임신부(20대·미국 국적)가 이송 병원을 찾지 못해 헤매다 아이 한 명을 잃고 다른 아이는 뇌 손상을 입은 일이 있었는데, 불과 약 두 달 만에 비슷한 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이에 정부의 '중증-권역-지역 모자의료체계'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부터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진료 유지를 목표로 중증-권역-지역 모자의료센터 구조로 모자의료 전달체계를 개편, 중증센터를 새로 지정했다. 센터 간 역할을 구분해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와 권역 내 연계·협력체계를 강화하겠단 취지다. 응급 분만과 고위험 신생아 진료에 '24시간' 대응하는 지역 협력체계를 만들겠단 게 정부 구상이다.
문제는 인력이다. 이번에 청주 임신부를 수용하지 못한 충북대병원은 권역 내 거점 역할을 수행하는 충북 '권역모자의료센터'다. 복지부에 따르면 권역모자의료센터는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집중 치료에 대해 권역 단위 최고 수준의 최종치료기관을 맡는다. 지침상 산과 전문의는 4명 이상을 확보해야 하지만, 충북대병원 산과 전문의는 현재 원내 근무 기준 1명으로 야간·휴일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병원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산과 전문의는 총 2명인데 1명은 해외 연수 중으로 오는 8월 복귀한다"며 "근무 중인 전문의 1명은 외래, 진료, 입원, 병동 회진, 의대 수업, 전공의 교육 등을 모두 혼자 맡고 있다. 365일 24시간 (권역모자의료센터)운영이 현실적으로 불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원내 산과 상주 고연차 전공의도 1명에 그친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의료기관에 대해선 가능한 한 빨리 인력을 충원할 것을 권고 중"이라며 "인력이 부족한 병원에 대해선 구체적인 현황을 파악 중이며 정부 차원의 세부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이날 오전 전국 중증·권역모자의료센터 및 대한산부인과학회·대한신생아학회 관계자들과 비대면 회의를 진행, 현장 의견을 수렴했다. 전날(3일) 정은경 복지부 장관과 충청권 병원 6곳 간 긴급간담회에 이은 후속 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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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는 오는 6월부터 산모·신생아를 전원·이송할 병원의 자원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 병원 선정을 신속히 하도록 정보시스템 운영에 나선다. 119구급대와 협업을 강화하고 모자의료센터 기관과 의료진에 대한 적정 보상안 등도 내놓을 방침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여러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현장 의견을 모아 임신부가 안전하게 분만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