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응급실 뺑뺑이' 문제…정부, 논의 지속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범위 확대·보상안 마련
정치권도 '뺑뺑이 해소' 공약…의료계 "표심용에 그쳐선 안 돼"

응급 분만 과정에서 임신부를 수용할 병원을 찾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응급의료 전달체계 공백을 해소할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일명 '기피과' 의료인의 법적 부담을 덜고 의료사고 안전망을 강화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개선을 이어가겠단 방침이다.
5일 정부·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의료분쟁조정법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6월8일까지 입법예고 한다. 그동안 의료인 과실이 없는 불가항력 분만 사고 시 산모·신생아 사망, 신생아 뇌성마비까지 국가 보상금을 받았다면 오는 7월부터 산모 중증 장애를 보상 대상에 포함해 지원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지난 2월 대구에 이어 이달 1일 충북 청주에서도 응급 분만 뺑뺑이(수용 불능) 사고가 잇따르자 정부는 긴급 대책 회의에 나섰다. 복지부는 현재 운영 중인 모자의료센터 기관 및 의료진에 대한 적정 보상안 마련과 고위험·고난도 의료행위 보상체계 개선책 등을 논의 중이다. 특히 지방 병원은 산과와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과 전문의 확보가 어려워 24시간 응급 상황 대비에 차질을 빚는 만큼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에 대한 기소 제한 △고액 배상 보험료 국가지원 의무 등 분만 관련 의료사고에 대한 민·형사 책임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바 있다. 필수과 기피 현상의 고질적 문제로 꼽힌 과도한 법적 부담을 줄이겠단 취지다.
의료계는 법안 목적에 공감하지만 12개 유형의 중과실 기준이 외려 혼란을 야기한다고 토로한다. 최근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개정안 내 중과실 유형은 의학 현장의 특수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며 "양수색전증이나 산후 대량 출혈 등 예고 없이 발생하는 응급 상황을 두고 결과가 나쁘단 이유만으로 의학적 예측이 가능했다고 판단하는 건 사후 편향에 의한 불합리한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최안나 강릉의료원장은 "(개정안 내)중과실은 결국 (환자들에)'이런 건 소송하라'고 알려주는 꼴"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고위험 환자를 볼 의사를 '어떻게' 양성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라고 말했다.
6·3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도 관련 공약이 잇따른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는 10분 내 기초의료·30분 내 필수진료·60분 내 중증 치료가 가능하도록 하는 '골든타임 1·3·6' 기반 응급의료 체계를 제시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는 119구급대-병원- 환자 정보를 연결한 '대구형 실시간 응급의료 관제 체계'를 구축하겠단 구상을 내놨다. 박능후 조국혁신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전 복지부 장관)은 전날 선대위 회의에서 응급실 전담 의사 인건비 대폭 지원과 지역 책임병원 지정 등을 언급했다.
독자들의 PICK!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응급실 뺑뺑이 해소 공약이 지역·필수 의료 공백 문제를 환기하는 긍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도 "실효성 있는 공약 제시를 위해선 재정 지원 등을 고려한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 표심용 이슈몰이에 그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