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으로서 생존을 걱정하는 단계를 넘어 사업 자체가 영속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기업공개(IPO)는 그 이후 주주들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다."(이정석 이노크라스 공동대표)
전장유전체(WGS) 기반 정밀의료 기업 이노크라스가 미국 메디케어(Medicare) 보험 급여 승인이라는 핵심 관문을 앞두고 글로벌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낸다. 병원 대상 암 유전체 진단 사업으로 확보한 대규모 데이터를 인공지능(AI)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데이터 플라이휠'(Data Flywheel) 전략을 본격 가동해 미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목표다.
이정석 이노크라스 공동대표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바이오 USA' 현장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메디케어 승인이 성장의 마지막 문턱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넘어서면 병원에서 진단이 늘고 데이터가 쌓이면서 스스로 성장하는 구조가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노크라스는 암 환자의 전장유전체(WGS)를 분석해 치료에 필요한 유전자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일부 유전자만 선별적으로 분석하는 기존 패널 검사와 달리 암세포 전체 유전체를 분석해 의료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형태로 제공한다. 이 대표는 이를 '요점만 공부하던 방식에서 교과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시험을 보는 것'에 비유했다. 기술 발전으로 기존 패널 검사와 같은 가격, 같은 속도로 전장유전체 분석을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모델이라는 설명이다.
이노크라스의 사업 구조는 병원을 대상으로 한 암 유전체 진단 사업과 이를 통해 축적되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이터 사업 두 축으로 구성된다. 현재는 진단 사업이 대부분의 매출을 창출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데이터가 가장 큰 자산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진단 사업은 원래 고마진 사업이 아니다"며 "우리는 진단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2차 사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노크라스의 성장은 진단 사업 확대와 함께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약 9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 한국과 미국, 일본, 홍콩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메디케어 보험 급여 승인을 추진 중이다. 메디케어 승인은 단순한 보험 적용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미국 암 진단 시장에서는 메디케어 급여 여부가 실제 의료 현장 진입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한국 기업 가운데 이 분야에서 메디케어 승인을 받은 사례는 거의 없는데 우리는 2년 넘게 준비해 현재 거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며 "품질 인증인 CLIA·CAP과 달리 메디케어는 검사 품질은 물론 환자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지, 비용 대비 효과가 있는지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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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크라스는 메디케어 승인 이후 본격적으로 '데이터 플라이휠'이 작동할 것으로 기대한다. 데이터 플라이휠은 진단 서비스 확대와 데이터 축적, AI 고도화가 맞물려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다. 병원 고객이 늘수록 데이터가 쌓이고, 축적된 데이터는 AI 성능 향상으로 이어져 다시 더 많은 병원과 제약사 고객을 확보하는 경쟁력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는 투자받은 자금으로 플라이휠을 억지로 돌려왔다면 메디케어를 넘는 순간부터는 스스로 데이터가 축적되는 단계에 들어간다"며 "스타트업 생존을 걱정하는 단계를 벗어나 데이터 자체가 이노크라스를 영속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노크라스는 창업 초기 국내 대학병원들과 공동 연구를 통해 약 3만건의 암 전장유전체 데이터를 확보했고, 이후 진단 사업 확대와 함께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있다.
이 대표는 "전장유전체는 데이터를 많이 가진 회사가 결국 이긴다"며 "후발주자가 같은 수준의 데이터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더 빠를 정도"라고 말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이노크라스는 현재 글로벌 대형 제약사에 연구용 전장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으며, 미국 브로드연구소(Broad Institute)와 암 유전체 데이터 프로젝트를 공동 수행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노크라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암 진단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전장유전체 데이터를 확보하는 이유도 결국 AI 때문"이라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암 진단 인텔리전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 장기 비전"이라고 말했다.
IPO도 같은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사업을 연명하기 위한 자금 조달 수단이 아니라 독립적인 사업 구조를 완성한 뒤 기업가치를 평가받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사업 자체가 영속 가능한 구조를 만든 뒤 주주들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시점과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싶다"며 "한국 투자자들과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만큼 그 기대에 걸맞은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