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종양 진단을 받고 한 달여 만에 뇌사 상태에 빠진 50대 남성이 4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30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 18일 원광대학교병원에서 김상현씨(58)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의 환자에게 간과 폐, 신장(양측)을 기증했다.
김씨는 지난 5월 갑작스럽게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병세는 가파르게 악화했고, 한 달여 만에 뇌사 상태에 이르렀다.
김씨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막막했던 가족들은 깊은 슬픔 속에서도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고인이 누군가의 삶 속에서 계속 살아 숨 쉴 수 있다면, 가족을 떠나보내며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세 딸의 아버지인 김씨는 평소에도 위험에 처한 이웃을 보면 망설임 없이 행동에 나서는 의인이었다. 2012년에는 전북 전주의 한 하천에서 물에 빠진 유치원생 3명을 구해 당시 전북지방경찰청장 표창을 받았다.
고인의 첫째 딸은 "아버지가 위험에 빠진 학생과 아이들을 구한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고 들었다"며 "헌혈도 꾸준히 할 만큼 늘 남을 먼저 챙기던 분이셨다"고 전했다.
전북 남원에서 태어난 김씨는 20년 가까이 중·고등학교 체육 교사로 근무했다. 운동에 남다른 재능과 열정을 지녔던 고인은 마라톤과 테니스 등 여러 종목에 능숙했으며, 교직을 떠난 뒤에도 최근까지 테니스 지도자로 활동했다. 고인의 장례식장을 찾은 제자들은 생전 늘 진심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치던 스승의 모습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첫째 딸은 평생 누구보다 활발하게 살아온 아버지가 갑자기 병상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다 떠난 것을 가장 마음 아파했다. 그러면서 아버지에게 "하늘나라에서는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운동도 마음껏 하셨으면 좋겠다. 효도를 많이 못 한 것 같아 죄송하다. 고맙습니다"라며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위험에 처한 아이들을 구했던 김상현님의 삶은 마지막 순간에도 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나눔으로 이어졌다"며 "어려운 결정을 내려주신 유가족께 깊은 감사와 위로를 전하며 고인이 몸소 보여준 용기와 따뜻한 마음이 오래도록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