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C·이중항체 글로벌 기술이전 장악하며 분위기 주도…경쟁국서 추격할 대상으로 부상
경쟁 넘어 협업 모델 고민 등 경쟁력 제고 창구로…투자업계 "투자 다양성 측면서 긍정적"

글로벌 바이오산업 내 중국의 존재감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을 바라보는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경쟁자를 넘어 추격해야 할 대상으로 부상한 중국이 이제는 협력 대상은 물론, 사업 모델까지 벤치마킹하는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바이오업계가 중국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극복해야 할 경쟁자로 분류하지 않고, 협업이나 벤치마킹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중국 바이오텍과 잇달아 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혁신 신약 개발의 한 축으로 인정하기 시작한 데 이어, 국내 기업들도 중국을 활용한 성장 전략을 적극 모색하는 모습이다.
중국 바이오의 위상 변화는 글로벌 기술이전 시장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 규모 상위 10건 가운데 6건이 중국 바이오기업이 개발한 후보물질을 대상으로 체결됐다. 특히 항체-약물접합체(ADC)와 이중항체 분야를 중심으로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 이상 대형 계약도 줄을 이었다. 한때 바이오시밀러와 복제약 중심으로 평가받던 중국이 이제는 혁신 신약 후보물질의 핵심 공급처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최근 발언도 이 같은 변화를 잘 보여준다. 중국을 위협적인 경쟁자로 인정하는 데서 나아가 협력과 벤치마킹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공식 석상에서 잇달아 확인되고 있다.
리가켐바이오(118,200원 ▼2,200 -1.83%)는 전일 R&D데이 행사를 통해 중국 바이오의 급부상을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로 진단했다. 박세진 리가켐바이오 대표는 "중국발 쓰나미가 오면서 우리가 갖고 있던 기존의 기술만으로는 5년, 10년 후 살아남기 어렵겠다는 위기의식이 커졌다"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혁신)을 통해 반드시 초격차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중국 바이오기업들은 최근 ADC와 이중항체를 중심으로 글로벌 기술이전을 주도하며 신약 개발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이에 다수 글로벌 기술이전으로 ADC 강자로 꼽히는 리가켐바이오 역시 기존 경쟁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차세대 플랫폼 확보와 오픈이노베이션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80,500원 ▼1,000 -1.23%)와 같이 중국을 경쟁자로 인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성장 기회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나타난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지난 7일 기업설명회(IR)에서 "최근 중국 상하이 출장을 통해 ADC나 다른 항암 부분에서 중국과의 협업이 좀 더 필요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중국 이노벤트와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은 것도 하나의 꿈"이라며 "이노벤트가 비록 중국 회사지만 최근 단순히 몇 조원의 기술이전이 아니라 글로벌 상업화 50%의 권리를 가져가는 등 대한민국에서 이런 회사가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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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의 협력은 실제 사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아리바이오는 최근 중국 푸싱제약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AR1001'의 글로벌 사업화를 위한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전략적 지분투자까지 유치했다. 기술수출 이후 전략적 투자까지 이어진 사례는 국내 바이오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단순한 기술이전 계약을 넘어 장기적인 사업 파트너십으로 관계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투자업계는 중국 협력 확대를 단편적 시각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한다. 중국의 경쟁력 강화 역시 배경이지만, 미국의 대중(對中) 바이오 규제 강화가 한국 기업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중국과의 접점이 자연스럽게 늘어난 측면도 함께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현욱 현앤파트너스코리아 대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중국 바이오텍에 대한 문턱을 높이면서 한국 기업들도 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며 "최근 중국과의 협력을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볼 것도, 그렇다고 미국 시장이 어려워졌다고만 해석할 것도 아니다. 균형 있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자본시장 측면에서는 활동 무대가 넓어지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대표는 "미국만 바라보기보다 중국이나 유럽 등 다양한 시장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는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도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다"며 "투자 다양성 측면에서는 의미 있는 변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