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국제 공동연구진 연구 결과
美 2형당뇨병 환자 1만8000여명 비교 분석
4년 누적 '성인발병 발작' 위험 감소 확인

당뇨병·비만 치료제로 쓰이는 '세마글루타이드'가 성인발병 발작 위험을 유의미하게 낮출 수 있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성인발병 발작은 18세 이후 처음 발생하는 발작이다. 특히 중장년과 고령층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발작은 뇌졸중 등 후천적 뇌 손상과 연관될 수 있어 뇌 건강의 주요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장윤혁 국가전략기술 특화연구소 교수(신경과)와 이순태 신경과 교수 및 은용 미국 컬럼비아대 내과 교수, 봉수환 하버드대 T.H. 챈 보건대학원 박사과정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신경학회 공식 학술지 '신경학'(Neur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오젬픽·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여러 방면에서 질환 보호 효과를 입증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계열 당뇨병·비만치료제다. 미국당뇨병학회가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1차 치료제로 권고 중으로, 혈당·비만 관리와 만성 콩팥병, 대사이상 지방간염 치료제로도 널리 쓰인다.

연구진은 미국 NIH(국립보건원)의 대규모 보건의료 코호트(동일집단)인 '올 오브 어스(All of Us) 프로그램'의 EMR(전자의무기록) 데이터를 활용했다. 연구진은 해당 데이터가 확보된 약 39만명 중 제2형 당뇨병 환자 6만9228명을 선별했다. 이후 세마글루타이드·기타 혈당강하제· SGLT2(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 억제제를 새로 처방받은 18세 이상 성인 환자 1만8243명(평균 연령 60~64세)을 대상으로 성인발병 발작 발생 위험을 분석했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관찰자료에서도 무작위 임상시험을 최대한 모사하는 '타깃 트라이얼 모사'(Target Trial Emulation) 방법을 적용했다. 연구진은 대상자들을 △세마글루타이드-기타 혈당강하제 비교군(1만213명) △세마글루타이드-SGLT2 억제제 비교군(8605명)으로 구분, 나이·동반 질환·BMI(체질량지수) 등 임상적 차이를 정밀 보정해 약물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세마글루타이드 신규 투여군은 기타 혈당강하제 투여군 대비 성인발병 발작 발생 위험이 약 56% 낮았다(위험비 0.44). 실제 발작 발생률 차이를 뜻하는 '4년 누적 위험차'는 1.78%p(퍼센트포인트)로 확인됐다. SGLT2 억제제와 비교한 분석에서도 세마글루타이드군의 발작 위험이 약 52% 낮았고(위험비 0.48), 4년 누적 위험차는 1.46%p였다.
연구진은 "이를 실제 치료 지표인 치료 필요 환자 수(NNT)로 환산하면 기타 혈당강하제·SGLT2 억제제 대신 세마글루타이드로 각각 70명, 131명을 치료할 때마다 성인발병 발작 1건을 추가로 예방할 수 있단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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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작 위험 감소 효과는 혈당이나 체중 감소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매개 효과 분석 결과 당화혈색소 변화가 설명하는 비중은 비교군에 따라 2.4~6.5%, BMI 변화가 설명하는 비중은 0~0.7%에 그쳤다. 여기서 매개 효과란 세마글루타이드가 발작을 예방한 전체 효과 중 '체중 감소·혈당 강하 요인이 원인으로 기여한 지분(%)'을 뜻한다. 연구진이 세마글루타이드가 발작 위험을 대폭 낮춘 전체 효과를 '100'으로 두고 계산한 결과, '혈당이 떨어져서(당화혈색소 감소)' 발작이 예방된 지분은 2.4~6.5%, '살이 빠져서(BMI 감소)' 예방된 지분은 0~0.7%로 사실상 0에 가까웠단 뜻이다.
연구진은 "다른 GLP-1 계열 약물에선 이 같은 예방 효과가 뚜렷하게 관찰되지 않았다"며 "세마글루타이드가 체내에 오래 머물며 뇌 내 일부 도달하는 고유의 약리학적 특성 덕분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성인발병 발작은 한번 시작하면 의식 소실·낙상 위험이 따른다. 운전과 사회활동에도 제약이 생겨 기능적 예후와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재 치료는 발작 발생 후 항발작약으로 재발을 억제하는 데 그쳐 발작 자체를 예방하는 근본적인 치료 전략은 없는 상황이다.
장윤혁 교수는 "성인발병 발작을 중장년기의 뇌 건강이란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본 연구"라며 "다만 관찰 연구인 만큼 향후 장기 추적 연구와 무작위 임상시험을 통해 실제 예방 효과와 임상 적용 가능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