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 아닙니다" 배변 후 피 뚝뚝...항문암 부르는 HPV[한 장으로 보는 건강]

"치질 아닙니다" 배변 후 피 뚝뚝...항문암 부르는 HPV[한 장으로 보는 건강]

정심교 기자
2026.10.2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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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변 후 휴지에 묻어나는 선홍색 피, 항문 주변의 따끔거림과 불편감을 경험하면 대부분 치질로 여겨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항문 출혈과 통증이 반복되거나 점차 심해지고, 치료받아도 증상이 지속된다면 항문암일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항문암은 항문 부위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대장암·직장암과는 발생 위치, 세포 종류, 치료 방법이 다른 별개의 병입니다. 가장 흔한 형태는 '편평상피세포암'이며, '선암'이나 '악성 흑색종'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들 항문암은 전체 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고 드물지만, 치질처럼 흔한 항문질환과 증상이 비슷해 너무 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적잖습니다.

항문암, 특히 편평상피세포암 상당수는 항문성교를 통해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감염되면서 발생합니다. 특히 HPV16형과의 연관성이 높습니다. 이 밖에도 면역억제 상태, 흡연, 자궁경부암·질암·외음부암 병력 등이 항문암 위험을 높입니다. 치루(항문 주위의 농양이 항문 안팎 피부 사이에 연결된 구멍을 통해 분비물이 나오는 상태) 같은 만성 염증성 항문질환도 드물게 관련될 수 있지만, 치질은 항문암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크지 않습니다.

항문암 초기엔 항문 출혈이 흔하며, 항문 통증·가려움·이물감·종괴감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병이 진행되면 배변 습관 변화, 대변이 가늘어지는 증상, 잔변감, 치유되지 않는 궤양, 사타구니 림프절 비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증상만으로는 치질과 구분하기 어려우므로, 증상이 지속되거나 치료 후에도 호전이 없다면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항문암 진단은 직장수지검사에서 시작해 항문경·직장경·대장내시경을 통한 병변 확인과 조직검사로 확진한다. 이후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PET(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 검사를 통해 병기, 전이 여부를 평가합니다. 항문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편평상피세포암에서는 현재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동시에 시행하는 항암 방사선치료가 표준 치료로 권장됩니다.

HPV 예방접종, 안전한 성생활, 금연이 항문암 예방에 도움 됩니다. 치루 같은 만성 염증성 항문 질환은 조기 치료가 항문암 예방에 도움 됩니다. 항문암은 비교적 드문 질환이지만 조기에 발견할 경우 항문 기능을 보존하면서 치료할 가능성이 높고, 치료 성적도 좋은 만큼 몸의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글=정심교 기자 [email protected], 도움말=임벼리 순천향대서울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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