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1990년대로 되돌려 보자.

1997년 태국에서 발생한 경제 위기에 아시아는 패닉에 휩싸였다. 패닉은 태국보다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2배, 3배 이상 큰 인도네시아, 한국에까지 번졌다.
‘경제적 전염’은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 태국에 대한 불신은 신흥시장 전체로 이어졌다. 준비 없이 개방한 금융시장의 시스템은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냈고 싼 금리에 맘껏 돈을 빌려 창출한 신용은 팽창에 팽창을 거쳐 결국 위기를 촉발시켰다.
최근 그리스의 재정적자 위기를 보면서 '경제적 전염'이 떠올랐다.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연합(EU)의 근간인 리스본 조약의 지원금지조항(no-bailout clause)을 들어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유로화를 함께 쓰고 있는 유로존의 안정을 해치게 될까 투기자본의 공격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그리스 위기를 차단하려 고심중이다.
1997년 금융위기가 신흥시장의 금융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냈다면 이번 남유럽 재정적자 위기는 EU 통합의 한계를 드러냈다.
전통적으로 고금리 국가였던 남유럽 국가들은 당시 선진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무리하게 1999년 유로존에 가입했다. 고금리가 저금리로 바뀌면서 유동성이 넘쳐 흘렀다.
과잉 유동성이 산업활동 투자보다는 부동산, 복지 분야 등으로 흘러갔고 재정적자 위기는 더욱 커졌다. 또 유로화 강세는 수출경쟁력 저하를 가져왔지만 유로존에 묶여 자율적 통화정책을 쓰지 못했고 이는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그리스 총리를 만난 직후 "유로존이 그리스의 재정적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면서 국제통화기금(IMF) 지원보다는 유로존의 결속을 명확히 했다. 그의 정치적 라이벌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총재를 의식한 탓도 있겠지만 경제적 전염 차단의 중요성을 인식한 결과다.
남일 같은 유럽의 '경제적 전염'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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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가채무는 2006~2007년 연 7.5%에서 2009~2010년 연 15%로 2배 증가했다. 물론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되고 있고 정부부문 대외채무 상환에 필요한 외화유동성이 충분하다. 그러나 위기가 항상 오만과 안이함에서 싹 텄다는 사실을 잊지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