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은 얼마 전 미국이 이스라엘에게 뺨을 맞았다고 토로했다. 이스라엘 정부의 동예루살렘 정착촌 건설 계획 발표에 대한 미국의 첫 반응이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바이든 부통령이 자국을 방문 중이던 9일 동예루살렘 라마트 슈로모 지역 유대인 정착촌내 주택 1600채를 신축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중동평화에 대한 논의를 갖은 지 불과 몇 시간 뒤의 일이다.
이스라엘의 한 마디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정상회담은 전격 결렬됐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년간 공들인 이-팔 평화 정착 노력도 일순간에 수포로 돌아갔다.
속된 말로 이스라엘에게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미국은 바이든 부통령에 이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까지 나서 이스라엘의 신뢰 없는 자세를 강하게 힐난했지만 돌아온 말은 "발표 시점을 고려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무늬뿐인 사과가 전부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한술 더 떠 15일 "미안하지만 정착촌 건설은 강행한다"고 쐐기를 박기도 했다.
예루살렘 분할 문제는 이-팔 평화 정착의 성패를 가를 핵심 사안이다. 동예루살렘은 삶의 터전을 빼앗긴 팔레스타인인들이 미래 독립 국가 건설 때 수도로 점찍어 놓은 곳이다. 예루살렘의 분리는 있을 수 없다는 이스라엘의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약자인 팔레스타인은 언제나처럼 제 가슴만 칠뿐이다. 반면 밀어붙이기에 익숙한 이스라엘은 이번에도 여유만만하다. 세계 여기저기서 비난이 빗발치겠지만 몇 달만 귀를 막으면 될 일이다. 비난이 실제 제재로 이어진 적은 거의 없다.
미국은 유독 이스라엘에 약하다. 20세기 수차례 중동전쟁 때도 그랬고 전 정부인 부시 행정부의 중동평화 로드맵도 그랬다. 앞서 두바이에서 일어난 하마스 지도자 암살사건도 이스라엘의 소행이 확실시되는 시점에서도 침묵으로 일관했던 미국이다.
하지만 이번엔 양상을 달리해 미국 자신이 직접 당한 꼴이다. 취임시 달라진 중동정책을 약속했던 오바마 대통령이다. 그의 추후선택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