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원인 의혹은 여전
10일 폴란드 대통령 내외 등 고위급 인사들을 태운 여객기가 러시아 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다 추락한 것과 관련, 사고 당시 관제탑이 사고기를 향해 수차례 회항 지시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와 폴란드가 공동으로 사고기 블랙박스를 조사한 결과다.
12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 주재로 열린 사고조사특별위원회에서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부총리는 관제탑이 사고기를 향해 기상이 좋지 않으니 착륙시도는 안된다고 분명히 경고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바노프 부총리는 블랙박스에 대한 조사 결과 기록 상태가 양호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시 사고기는 러시아 서부 스몰렌스크 인근 세베르니 공항에 착륙을 시도했다. 관제직원은 안개가 심하다며 가까운 비텝스크나 벨로루시의 민스크 공항으로 우회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사고기는 궂은 날씨와 관제탑의 회항 지시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 활주로 근처 숲의 나무에 부딪치며 추락했다는 설명이다.
사고 직후 러시아 측이 조종사가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한 반면 노후 기체에 결함이 있었다는 반론도 나와 사고 원인에 대한 의혹을 키웠다.
일각에선 폴란드인 조종사와 러시아 관제사 간 언어 문제가 원인이라는 설이 나왔다. 영국 텔레그라프에 따르면 당시 근무했던 러시아 관제사는 사고기 조종사의 러시아어, 특히 숫자 표현이 서툴러 고도를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탄 이른바 'VIP기'는 다른 나라에서도 관제지시를 따르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레쉑 밀레르 전 폴란드 총리는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카틴 숲' 학살 70주년 추모행사에 참석하려던 고 카친스키 대통령이 안개로 인한 회항보다는 착륙 강행을 지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밀레르 전 총리는 "대통령은 그곳에 몹시 가고 싶어 했으며 조종사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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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러시아 검찰 측 알렉산더 바스트리킨 조사단장은 기체 결함 가능성은 사고 원인조사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고기가 비록 20년이 넘은 기종이지만 지난해에 수리를 마쳤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에서는 푸틴 총리가 진상조사와 수습을 진두지휘하는 사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의 폴란드 대사관을 찾아 카친스키 대통령을 추모하는 등 폴란드 국민들의 민심을 달래는 데 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