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계사와 짜고 부실자산에 높은 신용등급을 매긴다거나 유령회사의 미래 전망을 어처구니 없이 높게 평가해 투자자의 막대한 피해를 이끌어 내는 일은 코스닥 시장에서는 이미 고전이 된 얘기다. 수차례의 사고와 경종에도 불구하고 항상 빠지지 않은 것은 돈을 노리는 탐욕과 신용을 평가하는 회계기관의 결탁이다.
미국에서도 신용평가사를 둘러싼 도덕적 해이 논란이 시끄럽다.
금융위기 진상을 조사중인 미 연방 조사위원회는 21일(현지시간) 무디스에 소환장을 발부했다. 무디스가 위험성이 높은 주식에 우수한 신용등급을 부여해 시장질서를 어지럽혔고 이에 대해 조사를 요청했지만 조사에 우유부단한 태도를 취했다는 이유에서다. 캘리포니아주 검찰도 연금기금의 손실과 관련한 무디스의 연관성을 캐고 있다.
상원 위원회는 23일 세번째 금융위기 관련 청문회를 열고 신용평가 회사 대표들의 증언을 듣기로 했다. 무디스의 최고경영자(CEO)인 레이몬드 맥다니엘을 비롯해 S&P 전 회장인 카스린 코벳도 청문회에 설 예정이다.
골드만삭스가 부채담보부증권(CDO) 사기 혐의로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피소되는 등 미 행정부와 의회가 금융업계 전반에 칼을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무디스를 포함한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부정적인 눈길이 어째 심상치 않다. 지난 위기를 전후해 '그들이 무엇을 했는지' 이젠 알 만큼 알고 있다.
더욱 우울한 사실은 한국이 이들에게 목을 매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지난 14일에서야 비로서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 ‘A1’을 받고 1997년 외환위기 이전의 수준을 회복했다. 아직도 S&P, 피치 등 나머지 3대 신용평가사들은 한국의 신용등급을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부여하고 있지 않다.
한국의 신용등급은 유럽 위기를 촉발시킨 포르투갈 스페인 아일랜드보다도 훨씬 낮은 등급이다. 북한 리스크가 신용등급을 낮출 수 밖에 없는 요소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이 생각나는 건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