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그로스 "신용등급, 고려할 가치 없어"
-바니어 "美 편중, 경쟁·다양성 불충분"
국제신용평가사들에 대한 쓴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금융위기에 대한 책임론이 투자은행 등에 집중됐던 데 반해 그리스,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금융 혼란이 계속되자 신평사들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고 있는 것.
◇"美에 의한 지배 과도"=유럽연합(EU) 금융담당 마이클 바니어 최고위원은 5일(현지시간) 무디스가 포르투갈의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한다고 밝히자 신평사들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터뜨렸다.
바니어는 미국 방문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용평가사의 수가 너무 적다”며 “이마저도 주로 미국에 의해 과도하게 지배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바니어는 방미기간중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을 면담할 예정이다. 또 월가의 큰손인 골드만삭스의 블랑페인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JP모간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몬 CEO도 만난다.
미국의 유력자들을 만나기에 앞서 신평사들을 이처럼 비난한 것은 여러 복잡한 이슈 논의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속내로 읽을 수 있다.
바니어는 블랭크페인과 만나 신용부도스왑(CDO) 금융거래 논쟁에 의문을 제기할 예정이며 가이트너 장관과는 헤지펀드 규제 논의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지난 3월 바니어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 회사에 대한 차별과 시장접근 금지’ 등을 강조하며 헤지펀드에 관련한 법을 통과시키지 말 것을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바니어는 차별적인 법을 통과시키지 않겠다면서도 결정은 EU 정부와 유럽 의회에 달려 있음을 강조하며 순순히 응하지는 않을 것임을 천명한 상태다.
바니어는 “신평사의 수가 적어 경쟁이나 다양성도 충분하지 않다”며 유럽 소재 신평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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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난달 미국 회사 스탠다드 앤 푸어스(S&P)의 그리스 신용 등급 강등도 바니어 위원을 격분시킨 요인이 됐다. 미국 소재의 신평사들이 유로존 국가들의 국가 부채를 정확하게 잘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빌 그로스 "고려할 가치 없어"=세계적인 채권 투자가인 빌 그로스 퍼시픽투자운용(핌코) 공동설립자도 이날 무디스, 피치, S&P 등 신평사들에 대해 칼날을 세웠다.
그로스는 이날 핌코 웹사이트에 게재한 글에서 “신용평가사는 필요하지만 과하게 평가돼 있다”며 “상식을 벗어난 수준을 보이고 있는 신평사 신용등급은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무디스, S&P, 피치 등의 신용등급 부여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고 잘못돼 있다며 특히 S&P가 지난주 스페인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강등한 것은 너무 터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또 믿을 수 없겠지만 무디스와 피치는 여전히 ‘AAA’를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페인의 실업률은 20%, 현재 재정적자 비율은 10%로 스페인 국채는 시장에서 이미 ‘Baa’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신평사들의 주관적인 평가를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