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歐 펀더멘털 악화 조짐에 亞 경제 수출도 불안…출구전략 논의는 '잠잠'
유럽 발 위기가 더블딥 공포를 되살려내고 있다.
연초만 해도 강한 경제 회복세와 함께 출구전략 공조 분위기가 형성되며 글로벌 경제에 '침체'는 잊혀진 망령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4월 이후 유럽 국가채무 위기가 급속히 전염되며 잠시 활황세를 보이던 국제 경제가 다시 수렁으로 빠져드는 더블딥 공포는 글로벌 경제에 출구전략 논의보다 더 가까운 당면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공포가 더블딥 불러온다=경제 전문가들은 더블딥에 대한 공포가 더블딥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로버트 실러 미 예일대 경제학 교수는 뉴욕 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시장 하락과 이에 따른 공포감이 더블딥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유럽 위기에 대한 공포 확산으로 향후 수개월간 글로벌 주식시장이 추가적으로 20%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포의 위력은 실제로 막강했다. 지난 4월 이후 영국 FTSE100 지수는 13% 급락했으며 미 S&P500 지수와 일본 닛케이 지수도 각각 12%, 14% 하락하며 유럽 발 공포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반영했다.
◇펀더멘털 둔화가 진정한 더블딥 잠재 요인=하지만 일각에서는 공포 자체보다 글로벌 경제의 펀더멘털에서 더블딥의 조짐이 감지되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자 렉스칼럼을 통해 증시는 펀더멘털 선행적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근 글로벌 증시 급락세는 단순히 공포감에 따른 것만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경제국들이 제로수준의 금리를 장기간 유지하고 있지만 고용·소비시장의 개선은 2008 금융위기 후 큰 폭의 개선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펀더멘털의 취약성을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유럽, 내핍안으로 디플레 우려=실제로 이번 위기의 진앙지 유럽에서는 범 국가적 차원에서 내핍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디플레이션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연초 인플레이션 우려가 최대 관건이었던 것과 비교해 보면 경제 제반 여건은 완벽히 반전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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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맹주 독일이 범 유럽적 내핍안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은 "헌법에 재정 적자 감축 의무를 적시, 선거로 새롭게 들어서는 정부로 하여금 5개년 계획을 짜고 준수토록 할 것"이라며 긴축 움직임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구제금융을 지원받게 된 그리스는 물론,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도 강도높은 내핍안을 추진중이다.
당장 내핍안에 따른 증시 하락과 경기 둔화보다는 국가채무 위기와 유로존의 항구적 재정건전성이 당면 과제일만큼 유럽 경제의 펀더멘털이 약화됐다는 증거다. 하버드대의 마틴 펠트스타인, 케네스 로고프 교수 등 영미권 학자들은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는 세수가 줄기 때문에 아무리 지출을 줄여 적자를 없애려 해도 침체 압력이 오히려 가중되는 결과가 예상된다고 지적한다.
◇美 경기지표 하행 조짐…FRB "유로 위기 미 경제 악영향"=연초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던 미 경제도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주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예상을 훌쩍 넘어 47만1000건을 기록했으며 0.2%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 4월 경기 선행지수는 -0.1%를 기록했다. 뉴욕주 5월 제조업지수는 전달 대비 무려 13포인트 급락하며 시장에 충격을 던져줬다.
특히 고용시장 회복이 더딘 가운데 소비시장 역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1%를 기록,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권에 진입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이례적으로 유로위기가 미국경제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FRB 대니엘 타룰로 이사는 20일 "유로존 위기가 제어되지 않을 경우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이후에 나타났던 심한 신용경색이 재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선진국 펀더멘털 불안에 亞 수출 멍드나?=선진국에 대한 수출로 경제를 지탱하는 아시아 경제도 미국과 유럽 등의 펀더멘털 악화에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유로화 약세와 선진경제권의 구매력 약화의 영향은 수출 주도형 아시아 경제의 대표주자 일본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유럽 판매비중이 23%를 차지하는 소니는 유로화 가치가 현 수준에 머물 경우 향후 실적에 부정적 영향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으며 샤프와 마쯔다 등 주요 수출기업은 유럽 수출 부진에 따라 생산전략에 차질이 올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중국 역시 수출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 중국 수출업체들은 신용장 의존도가 높은데 금융시장 경색에 따른 리보 인상 등으로 신용장 받기가 어려워져 향후 수출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더블딥 공포로 출구전략 논의 '잠잠'=더블딥 공포가 확산되며 연초만 해도 글로벌 경제의 최대 화두였던 출구전략 논의도 잠잠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장 디플레가 우려되는 유럽은 상당기간 현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유럽 중앙은행(ECB)은 내년에야 서서히 금리 인상을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4월 물가지수가 기대에 못 미친 미국도 저금리 기조를 이어갈 것이 확실시되고 있으며 아직 디플레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일본도 금리 동결이 예상된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당초 4월 위안화 절상과 함께 금리 인상이 예상된 중국은 올해 안에 금리 인상은 물론 위안화 절상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두달 연속 금리를 인상한 인도도 향후 통화정책 수정이 예상된다. 수비르 고간 인도준비은행(RBI) 부총재는 최근 "세계 경제 환경이 지난 6주간 바뀌었다"며 "통화정책에서 신중한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