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론자' 루비니의 유럽위기 해법은

'비관론자' 루비니의 유럽위기 해법은

엄성원 기자
2010.06.01 13:35

채권국의 희생과 채무국의 변화, 공동 노력 절실

누리엘 루비니 미 뉴욕대 교수는 현 유럽 경제위기가 사상 최대 규모의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위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채권, 채무국 공동의 노력을 강조했다.

루비니 교수는 루비니글로벌이코노믹스(RGE)의 시장조사 책임자 아르납 다스와 함께 작성한 1일자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유럽 위기가 최악의 경우, 금융시장 대혼란과 '더블 딥'으로 연결될 수 있는 유로존 해체, 연쇄 국가 부도 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그는 이를 막기 위해 채권국들의 희생과 채무국들의 변화 노력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 뿌리 깊은 구조적 위기

루비니 교수는 유럽의 국가부채 위기가 이미 40년 전 잉태됐다고 지적했다.

1970년대 금융시장 개방과 혁신이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유동성 제약을 풀었고 유동성을 구하기 쉬워지면서 가정과 국가, 모두가 실제 소득 증가 이상으로 흥청망청 돈을 써댔다. 그 결과는 1990년대 잦은 정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에도 개인 신용과 주택 소유에 대한 정치적 지지는 계속됐고 이는 다시 부동산, 금융, 재정 등 일련의 위기 시리즈로 이어졌다.

루비니 교수는 특히 냉전에서 미국이라는 단극 중심으로의 정치사회적 패러다임 변화가 이처럼 빚(채무)이 주도하는 글로벌 경제성장을 정당화시켰다고 역설했다.

워싱턴 컨센서스 체제가 형성된 이후 이머징마켓이 포함된 글로벌 시장 집중이 재 가속화됐고 높은 경제성장률과 낮은 인플레이션이라는 이상적 경제 상황인 '골디락스'(Goldilocks)가 만들어졌다. 유럽의 통화 통합과 급격한 금융 혁신으로 대변되는 과대 포장된 변화도 동시에 진행됐다. 결국 이 같은 변화는 만성 적자국가의 소비 확대와 흑자국의 수출 증대라는 기형적인 모습으로 표출됐다.

이는 무역 흑자국이 남아도는 유동성을 적자국에 빌려준 결과다. 적자가 부채를 낳고 흑자가 채권을 낳는 불균형적 순환은 과잉 유동성, 성장에 대한 지나친 낙관 등을 만들어냈고 이에 자산 가치는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불어났다. 루비니 교수는 이같은 자산 버블과 지나친 낙관이, 세계 경제가 브레이크없이 질주만을 거듭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 위기 해결, 공조 절실

현재 국가가 지고 있는 부채는 결국 그 나라 국민 개개인의 몫이다. 언젠간 국가가 부채 상환에 나설 때(디리버지) 혹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공공 부채가 불어났을 때 공공과 민간의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다.

루비니 교수는 이 같은 불안이 현재 그리스에서 현실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스페인이 그 뒤를 따르고 있으며 프랑스와 독일도 국가부채 문제에서 전적으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영국은 이미 재정적자 축소에 나섰고 미국도 곧 이에 동참할 계획이다.

국가부채가 선진 경제마저 위협하고 있지만 위기 대응 수준은 이전에 미치지 못한다. G20(주요 20개국)은 위기 초기 2008~09년 금융위기 때와 유사한 공동 대응 노력을 보여주는 듯했지만 이내 열의를 잃어버렸다.

유럽 재정위기 대응은 공조 대신 개별국가의 독자적 노력이 주를 이루고 있다. 독일은 단독으로 공매도 금지를 추진하고 있고 미국은 독자적인 금융개혁 법안을 통과시켰다. 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 노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흑자국가들은 경기 부양에 나설 생각이 없고 적자국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재정적자를 경감해나갈 의지가 없다.

유럽연합(EU)과 IMF가 지난한 산고 끝에 7500억유로 규모 '유로화 안정기금' 창설에 합의했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 국채 매입에 나섰지만 진부한 해법이라는 느낌이 적지 않다. EU, IMF, ECB의 공조는 고민을 거듭하느라 때도 놓쳤다.

◇ '南유럽 탈규제, 北 통화완화' 함께 변해야

루비니 교수는 이에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포괄적 해법을 제시했다.

우선 유로존은 함께 행동해야 한다. 위기의 진원지인 남유럽은 탈규제와 개방,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 반면 북유럽은 통화 완화를 통해 디플레이션 예방, 경제 활성화, 경쟁 제고, 유로존 경기 부양 및 구제금융이 야기하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국가 채무 재구조화 장치 이행에 힘써야 한다.

둘째, 채권국은 다소의 희생을 감수해야 하고 채무국은 그에 보조를 맞춰 채무 재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지금의 유럽 위기는 지불능력에 관한 문제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큰 차원의 해법이 필요하다. 그리스는 빙산의 일각이고 스페인 등 나머지 유럽국 모두가 국가부채 문제에 무릎 깊이쯤 잠겨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셋째, 이번 기회를 혹독한 금융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대형금융사라는 이유만으로 경영 부실에도 불구,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려내는 이른바 '대마불사' 논리가 계속 용인돼선 안 된다. 전통적 개념의 은행이든 투자은행이든, 헤지펀드든 뮤추얼펀드든 글래스-스티걸법과 같은 따끔한 주사를 맞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경제의 리밸런스(rebalance, 재구조화)가 절실하다. 적자국은 저축과 투자를, 흑자국은 소비를 각각 증대시켜야 한다. 적자국의 재정 및 금융 개혁은 상품, 서비스노동시장 개방 등을 통해 흑자국의 소득 증대에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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