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독일이 3일 스무 돌 생일을 맞는다. 냉전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사회주의 동독이 서독에 흡수 통일된 지 20년이다. '통일 이후 20년'은 격변에 따른 혼란과 갈등 속에서 동서가 하나의 독일로서 재탄생, 성장하는 시간이었다.
◇ "통일 실험은 성공적"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통일20주년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통일을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통일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보다는 통일의 혜택이 크다면서 통독의 결과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동독에서 자라난 메르켈 총리는 "과거 공산주의의 습관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그때와 지금은 모든 것이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20년 동안 긍정적인 변화가 가득했고 특히 동독인들에겐 대변혁으로 가득한 과도기였다"고 전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 역시 "1989년 이후 직면한 도전을 새로운 독일이 헤쳐 나가는 모습에서 큰 감명을 받았다"면서 "통일은 성공적이고 실망할 것도 없다"고 자평했다.
현지 언론들 대부분도 통일을 주도한 헬무트 콜 전 총리의 통일 모델 실험은 성공을 거뒀다고 관대한 평가를 내렸다. 정치적, 문화적, 종교적 통합은 완성됐고 생산성, 조직화 정도에서 구동독 지역과 구서독 지역간 차이가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실리콘작센'으로 불리는 컴퓨터 산업, 예나 인근의 광학산업은 통독 이후 동독 경제가 보여준 우수한 성공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완성'이라고 말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원로 정치인 볼프강 티벤제는 슈피겔지와의 인터뷰에서 "통일의 3/4은 완성됐지만 최종 목표는 아직"이라면서 가야 할 길이 여전히 멀다고 지적했다.
◇ '여전한 숙제' 소득 격차·차별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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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경제연구소 Ifo의 조사에 따르면 구동독 지역의 소득은 서독인의 절반(53%) 수준이다. 1991년의 35%보단 개선됐지만 동서독의 경제력 편차는 여전히 극심하다. 서독을 100으로 기준한 실질소득 지수는 71(2008년)에 머무르고 있다. 실업률은 7월 현재 동독 지역(11.5%)이 서독(6.6%)의 2배다.
통일 이후 동독 인구는 10% 감소했다. 160만명이 통일 이후 직장을 찾아 서독으로 이주한 결과다. 특히 고급 인력 대부분이 더 나은 기회를 찾아 고향을 등지며 동독지역의 인적 자원의 질도 크게 저하됐다.
동구권과 맞닿은 국경지방은 주민들의 대거 이주로 사실상 공동화됐다. 현재 폴란드-체코 접경인 호예르스베르다 전체 가옥의 반 이상은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가 돼버렸다.
경제력 편차가 커지면서 스스로를 2류 국민으로 폄하(동독 주민 80%)하고 독일인이라는 소속감조차 못 느끼는(60%) 사회적 소외감도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사회적 불만은 신나치 등 극단주의와 광신적 애국주의(쇼비니즘), 공산당 부활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 통일세, 건설적 활용 아쉬워
그래도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동독 지역 주민 중 공산정권 복귀를 바라는 사람은 10%에 불과했다.
하지만 서독인 중 절반은 1989년(장벽 붕괴) 이전이 더 살기 좋았다고 답했다. 구서독 지역 주민들 가운데는 시계를 아예 통일 이전으로 돌리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
불만중 하나는 늘어난 통일 비용 부담이다. 76%에 달하는 구서독 지역 주민이 통일세(연대세)가 하루 빨리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 이후 20년 동안 동독 지원에 들어간 돈은 모두 2조유로(3000조원). 지금도 매년 800억유로의 세금이 동독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는 연간 국내총생산(GD)의 4% 수준이다. 당초 예상 1.5%의 2배가 넘는 지출이다.
문제는 동독 지원의 대부분이 인프라 건설이 아닌 공공부조에 소모되고 있다는 점이다. 연대협정의 이름으로 동독에 지원되는 자금 중 절반 이상이 동독 주민의 연금이나 실업급여 등 사회보장으로 지출되고 있다. 경제 개발의 토대가 되는 인프라 투자는 13% 불과하다. 서독인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여전히 동독인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는 볼멘 소리가 터져나올 법 하다.
독일 석학 위르겐 하버마스 "자신을 먹어치우는 거상(colossus)"이라는 말로 독일의 최근 모습에 우려를 표시했다. 부의 총액은 증가하지만 통일 부담으로 급여와, 삶의 질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고 발전 없는 삶에 대한 불만은 나날이 커지는 게 지금의 독일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