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가중 직접 프리젠테이션 나서... 시장 불안감 해소
검정색 터틀넥 스웨터에 청바지를 입은 바로 '그 남자'가 등장하자 청중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시한부설까지 돌았던 그는 눈에 띄게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목소리에는 여전히 카리스마가 넘쳤다.

2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예르바 부에나 센터에서 진행된 아이패드2 발표장에 모습을 드러낸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2 제작에 많은 시간을 들여왔기에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나를 생각해줘서 고맙다"는 말로 환대에 답했다.
잡스는 열정적이고 에너지에 가득 찬 모습으로 직접 제품 소개에 나섰다. 3번째 병가를 떠나게 한 희귀암의 병마도 그의 열정앞에는 숨을 죽인 듯 했다.
더 얇고 더 가벼워진 아이패드2는 그 자체로도 혁신적이지만 이날 잡스의 등장으로 애플과의 사랑에 빠진 시장은 더욱 창의적이고 희망적이라는 메시지를 더하게 됐다.
‘2011년은 아이패드2의 해’라고 선언한 잡스는 제품의 특성 하나하나를 꼽아가며 설명해 나갔다. 그의 신념에 찬 발언은 투자자들에게 믿음으로 각인되는 듯 했다. 효과는 당장 나타났다.
바클레이스 캐피탈은 이날 아이패드2의 판매량이 올해와 내년 각각 3370만대, 421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태블릿 PC 시장에서 아이패드가 90%를 차지하고 경쟁업체들이 나머지 10% 지분을 놓고 다투는 꼴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잡스가 건 마법에 모두가 빠진 듯 싶다.
캐피탈 어드바이저 그로스의 챈닝 스미스는 "그의 병 상태가 심각하다는 사실은 모든 투자자가 알고 있지만 남은 병가 기간에 대한 걱정은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며 "아이패드2도 멋졌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기대하는 대로 애플의 혁신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유의 독설도 잊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탭과 관련, 잘못된 오보를 인용하는 해프닝은 있었지만 경쟁사제품 모두를 '복제품(copycat)'으로 폄하하며 "우리 경쟁자들은 실패했다(flummoxed)"고 일갈했다. 투자자들은 이 마저 잡스의 건재를 알리는 잡스다운 전략으로 해석했다.
잡스가 풀어놓은 아이패드2의 마법은 시장도 흔들었다. 고화질 TV 콘텐츠 전환 칩을 만드는 실리콘 이미지는 이날 22% 상승한 반면 아이패드 관련 액세서리를 판매하던 재그는 애플의 자체 제작 소식에 24% 하락했다. 이날 애플 주가는 장마감 후 거래에서 1.2% 오르며 354.44달러를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