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日지진, 그래도 희망은 있다

[기자수첩]日지진, 그래도 희망은 있다

송선옥 기자
2011.03.24 16:47

 지난 11일 오후 2시50분쯤 일본 지진 소식이 외신으로 전해졌다.

이미 이틀 전부터 일본 동북부에서 연일 지진이 발생했지만 별다른 피해가 없었기에 당시만해도 그저 한 지진으로 흘려 넘길 뻔했다.

 그러나 곧이어 일본 기상청과 하와이 태평양 쓰나미 경보센터가 쓰나미 경보를 발령하더니 3시46분쯤 드디어 일이 터졌다. 켜놓은 NHK 화면을 통해 본 쓰나미의 괴력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거대한 잿빛 파도가 한순 지상의 건조물과 논밭을 삼켰다. 도로에서 전속력으로 달아나던 자동차도 눈앞에서 사라졌다. 사람이 만들어 놓은 모든 것이 자연의 힘 앞에는 무력했다.

 이후 국제부의 단말기들은 24시간 쉴 새없이 기사를 토해냈다. 무엇보다 참기 어려운 것은 자연재해를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나약한 인간의 존재를 이제서야 인식했다는 점이었다. 사망자 등 피해상황이 집계될 때마다 우울함과 무력함이 몰려왔다.

 복구가 진행되면서 무기력은 의문과 분노로 나타났다. 경제대국, 시스템 대국인 일본에서 왜 대피소의 환자가 사망하고 이재민이 추위와 배고픔에 떠는지 이해가 안됐다. 전력과 도로망의 붕괴가 문제라고는 하지만 뭔가 더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곧이어 터진 원전 방사능 유출사태도 마찬가지다. 원자로 열을 낮추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이 바닷물을 쏟아 내는 것밖에 없다는 현실이 절망스러웠다. 도쿄전력과 일본 핵 당국이 2007년에도 원전 사태를 겪었다는데 안일한 대처라 놀랍기까지 했다.

 더군다나 만약 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생각하니 걱정스러웠다. 고백컨데 한번도 민방위 훈련에 참여해 본 적이 없다. 집, 회사 근처 대피소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지진, 쓰나미가 발생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시스템 부재가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닐 것 같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그나마 쓰나미에 부모를 잃어버리고도 졸업식에서 끝내 눈물을 비치지 않으려 어금니를 깨무는 초등학생, 은퇴할 나이에 다시 마을 사람들의 진료에 나선 노의사, 각국의 복구 지원활동과 기부물결을 보면서 뜨거운 무언가가 뭉클하는 것을 느꼈다.

 누가 그러지 않던가. '사람만이 희망이다'라고. 사람이 희망으로, 희망이 재기의 새싹이 되길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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