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용의자 브레이빅 "다문화주의 파괴돼야"
북유럽의 평온한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테러사건이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100명 가까이 사망한 참사의 규모도 그렇지만 사건의 배경에 극단적인 종교적, 인종적 혐오가 깔려 있다는 사실이 전율케 한다. 특히 다문화, 관용주의로 상징되던 유럽에서 지속된 재정위기로 이러한 반이민 정서 등 극우적 성향이 고조됐다는 점에서 우려는 깊어진다.
◇2차대전이후 최악의 사건=22일(현지시간) 오후 3시 26분.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정부청사앞에 세워진 한 차량이 폭발하며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의 하나로 꼽히던 오슬로 시내는 아수라장이 됐다. 주변 건물 유리창 모두가 박살나고 7명이 즉사했다. 이 차량에는 1995년 미 오클라마호마 연방정부청사 테러에 사용됐던 것과 같은 사제 비료폭탄이 가득 찼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2시간쯤 지난후 오슬로에서 30여km 떨어진 우토야섬에서 자동소총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이 곳에서 열리고 있던 집권 노동당의 청소년 캠프행사장은 순간 아비귀환이 됐다. 생존자들에 따르면 경찰 복장을 한 범인은 "여기 모이라"라고 외친 후 안도하는 청소년들에게도 총격을 가했다. 범인은 신고를 받은지 45분후에 현장
에 도착한 경찰에 별 저항없이 순순히 체포됐다.
노르웨이 경찰에 따르면 범인은 32세의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으로 알려졌다. 그는 변호사를 통해 자신이 총리실이 있는 오슬로 정부청사 폭발 테러와 우토야섬의 총격 범행을 가한 사실을 인정했다. 변호사는 브레이빅이 이번 테러가 "잔혹했지만 필요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연쇄테러로 숨진 사람은 현재 92명. 실종자 등을 합치면 최소 98명이 사망해 전후 노르웨이 최악의 폭력사건으로 기록됐다.
◇ 반이민 성향 극우 기독교 근본주의자=당초 알카에다 등 국제테러 조

직의 소행으로 의심했던 노르웨이는 자국민 소행으로 밝혀지며 더욱 허탈감에 빠졌다. 브레이빅은 한때 이민정책에 반대하는 진보당에 몸 담고, 극우적 나치주의와 반 이슬람 시각의 기독교 근본주의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범행전 블로그 등에 올린 ‘메니페스토(성명)’에는 테러의 동기 등이 상세히 담겨있다.
1500쪽에 달하는 이 성명에는 이슬람, 다문화주의에 대한 그의 적개심으로 가득했다. 그는 성명에서 "다문화주의는 이슬람의 도구이며 파괴되어야 한다"며 "만일 모하메드가 오늘날 살아있다면 오사마 빈 라덴은 모하메드의 두번째 지휘권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총리가 이끄는 현 집권 노동당은 이민주의에 관대한 정책을 펴고 있다. 따라서 브레이빅은 스톨텐베르크 총리를 직접 목표로 테러를 벌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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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EU, 극우주의 불렀다=뉴욕타임스는 "잃어버린 국가 정체성에 대한 호소가 이민자, 특히 이슬람에 대한 비난을 불러 가져왔다"며 "이민이 증가하고 유럽연합(EU)의 확대로 유럽인들의 이동이 빈번하면서 민족주의자, 광신적 애국주의자의 부활을 가져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위기에 삶이 더욱 팍팍해진 유럽인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저임금 현상마저 초래하는 이민자에게 불만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2년째 재정적자 위기가 계속되는 유럽지역내 극우주의는 날로 기세를 더하는 입장이다. 프랑스에서는 장 마리 르팽이 이끄는 극우정당 국민전선이 확고한 3당 지위를 굳히고 있다. 핀란드에서도 극우정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특히 올해 초 튀니지 등 북아프리카, 중동지역의 ‘재스민 혁명’ 정정불안에 따른 난민 물결이 이어지며 사정은 악화일로이다. 이에 더 큰 유럽연합을 지향하며 맺었던 쉥겐 협약도 무효화될 위기에 놓였다.
한편 안전자산으로 꼽혀온 노르웨이 크로네는 테러소식이 전해진 이후 런던외환 시장에서 16개 주요 통화대비 대부분 하락했다. 이와 함께 안전신화가 깨진 노르웨이의 경제도 한동안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