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째 방화·약탈 발생, 경제불안 배경…휴가중 총리 급거 귀국, 강경 대응
지난 6일 영국 런던 북부 토트넘에서 발생한 소요가 사흘째 이어지며 런던은 물론 리버풀, 버밍엄 등 영국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경찰 폭력에서 시작된 돌발적 상황이었지만 고실업 등 경제 불안에 불만을 품은 청년세력들이 가세하며 점차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이에 휴가 중이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급거 귀국하는 등 영국 정부가 소요, 폭동 진압에 최선을 다하지만 타오르는 불길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 불타는 자본주의 본산 런던= 소요는 6일 런던 북부 토트넘에서 한 시민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며 시작됐다. 주로 이민, 빈민자들인 지역 주민들은 경찰의 과잉 대응에 항의하며 평화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진압에 나선 경찰과 맞부딪히며 곧바로 폭도화, 약탈과 방화 등 폭력적 사태로 변질됐다.
사흘째인 9일에도 런던 동부 해크니에서는 50~100명씩의 무리들이 중심가에 모여 경찰과 충돌을 벌이고 일부는 차량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또 남부의 클래펌을 비롯해 페컴, 루이셤, 크로이던 등에서도 방화와 약탈이 자행되고 있다. 루이셤에서는 셔츠와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수백명의 무리와 경찰이 충돌을 벌이기도 했다. 현지언론은 청년들이 백주대낮에도 흥분해 약탈과 방화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런던 경찰은 폭동 진압을 위해 수도 밖의 5개 부대를 시내로 불러들였으며 곳곳에 경찰력 1400여명을 배치했다. 또 경찰력을 분산시키지 않기 위해 런던 연고 축구팀들에 9일 경기 취소를 요구했다.
그러나 소요 사태는 런던을 벗어나 영국 주요 등지에서까지 확산되고 있다. 영국 2대 도시인 버밍엄과 유명 항구도시 리버풀도 폭동에 휩싸여 전국적인 문제로 대두됐다.
런던에서 160킬로미터 떨어진 웨스트미들랜드주 버밍엄시에서는 200~300명의 군중이 중심가에 모여 집단행동을 벌였다. 해가 지자마자 상점들은 문을 닫았고 주 경찰도 만약의 사태를 우려해 경찰력을 배치했다. 또 머지사이드주 리버풀 남부 지역에서도 차량 방화 등이 발생해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8일까지 소요 사태와 관련해 225명이 구속되고 36명이 기소됐으며 35명의 경찰이 부상을 입었다. BBC는 9일 새벽 100명 이상이 런던에서 구속됐다고 보도했다.
사태 확산에 캐머런 총리는 9일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닉 클레그 부총리도 스페인 휴가 중 귀국해 토트넘 주민들과 만나 사태 진화에 나섰다. 또 팀 고드윈 런던경찰국장 대행은 부모들에게 아이들을 잘 돌보라고 주의를 당부하고 전직원 대기를 지시키도 했다. 영국 경찰은 특히 폭동 주모자 색출을 위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를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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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경제불안 배경, 근본적 대책 촉구 목소리도=이번 사태가 예상치 못하게 급확산된 데는 최근 악화되고 있는 영국 경제가 배경이다. 영국은 5월 실업률이 7.7%로 8%대에 육박하며 지난 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2% 증가하는데 그쳐 사실상 제로성장하고 있다.
특히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강도 높은 내핍안에 정부 지출이 급감하면서 빈곤층의 어려움은 날로 가속화되고 있다. BBC는 "1980년대 초 지속된 경기침체가 대규모 폭동을 야기했던 것처럼 이번 폭동 역시 런던 북부 지역의 낙후된 경제 상황이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사태의 시발점인 토트넘 지역은 저소득층 밀집지역으로 인종간 대립이 심하고 경찰에 대한 반감이 커 런던의 화약고와 같았다. 1980년대 긴축정책 때도 인종갈등이 빚어지고 경찰과 충돌이 일어났던 곳이다.
아울러 이번 사태는 최근 유럽 국가채무위기 등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불안이 커지며 빈곤층의 생활이 더욱 궁핍해진 것이 확산 요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거리에 나선 이들은 빈민층이나 이민자, 실업 청년들이 대부분이다.
인디펜던트는 이번 사태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사태 초기 정부와 경찰 당국이 토트넘 주민들과 소통에 실패한 것이 사태 확산의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공공지출 삭감과 증세로 인해 영국 경제의 침체가 깊어진 상황에서 사태가 악화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영국 도시의 사회적 주변에 있는 청년들은 보호받을 필요가 있다며 이들의 경제적 기회와 열망의 부족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문제로 각 지역과 정치인들이 나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