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이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일부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우려만으로도 유가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의 지표 개선에 이란 우려가 맞물리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달 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뒤 현재까지 100달러 위에서 머물고 있다.
하지만 이란이 해협 봉쇄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해협 봉쇄는 이란으로선 경제적 자살 행위를 의미한다. 석유화학제품은 이란 국내총생산(GDP)의 20%, 수출의 80%, 정부 수입의 70%를 차지한다. 더욱이 해협을 막으려는 시도는 미국과의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이 경우, 중국 등의 국가들에서 얻고 있는 외교적 지원과 영향력은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제 제재로 이란이 큰 타격을 받겠지만 제재 자체가 이란 경제에 재앙은 아닐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란이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이다. 이란은 제재에 직면하게 되면 감산에 나서기보다는 다른 판매 루트를 찾으려고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이 1987년 10월 이란 석유에 제재를 부과했을 때 전망과 달리 유가는 폭등하지 않았다. 당시 이란이 미국에 수출했던 일일 50만배럴의 원유 수송이 중단됐지만 유가는 배럴당 20달러에서 두달 뒤에는 15달러 선으로 오히려 하락했다. 이란은 미국 수출 물량을 다른 시장에 판 것이다.
현재 주목되고 있는 것은 중국의 움직임이다. 이란 원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은 수입량을 늘릴 수 있다. 골드만삭스의 글로벌 상품부문 대표인 제프리 커리는 중국이 이란 석유 수입을 확대해 전략비축유를 채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란은 중국이 수입량을 늘린다는 조건에 싼값에 원유를 공급할 것이란 분석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이란 경제 제재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중국과 일본을 방문했지만 중국으로부터는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 외교부는 이란 원유 수입량을 줄이지 않을 것이며 대이란 제재에 동참해 달라는 미국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중국의 노선과 별개로 미국의 우방국들은 수입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란산 원유의 5위 수입국인 우리로선 매년 반복되고 있는 중동 정세 불안에 대비해 수입선 다각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해 한국은 이란에서 일일 24만4000배럴의 석유를 수입했다. 중국(54만배럴)과 EU(45만배럴), 인도(33만배럴), 일본(34.1만배럴)에 이어 5위 수입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