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할 때 '호랑이가 잡아 간다'는 말을 자주 한다. 여기서 호랑이와 같은 의미의 영단어는 부기맨(bogeyman). 뉴욕타임스 최연소 칼럼리스트이자 영국 정부 경제자문위원인 대니얼 앨트먼 뉴욕대 교수는 현재 글로벌 경제의 부기맨은 다름 아닌 신용평가사라고 일갈했다.
지난해 여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사상 최초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해 글로벌 경제를 충격에 몰아넣었다. 또 무디스와 피치도 S&P를 뒤따라 재정·부채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을 서로 차례차례로 강등하면서 시장을 불안케 하고 있다.
S&P는 지난해 9월 이탈리아의 등급을 2단계 하향 조정했다. 이후 불과 4개월 만에 다시 1단계 강등했다. 그 4개월 사이에 이탈리아 경제가 급격히 악화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마리오 몬티 새 내각이 들어서면서 적극적으로 경제개혁 조치를 시행하며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
또 S&P는 지난 13일 프랑스의 트리플A 등급을 박탈했지만 며칠 후 프랑스는 국채 입찰에서 낙찰 금리가 오히려 하락하며 성공적인 발행 실적을 거뒀다. S&P의 등급 강등 조치가 시장으로부터 외면 받은 것이다. 더 이상 신용평가사들의 '약발'이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앨트먼 교수는 "신평사들은 실질적인 리스크를 평가하는 데 실패하고 있어 여전히 믿을 수 없다"며 "지난해 미국 신용등급 강등도 수학적 실수로 결론 났는데, 유로존 국가 강등 역시 한바탕 소동으로 막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곳곳에서 신평사의 신뢰성과 타당성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조만간 신평사들이 글로벌 '왕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독일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인사들은 앞으로 신평사들에 의존하지 말자고 말하고 있다.
신평사들의 근거지인 미국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시장 붕괴를 예측하지 못한 신평사들은 이후 끊임없이 신뢰성과 타당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자산관리 회사 e토로는 "신평사들이 당시의 실수를 털어버리고 '과잉 보상' 받기 위해 지금 필요 이상으로 유럽을 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