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투자노트]
자본주의를 떠받치는 2개의 기둥은 자유와 평등이다. 자유롭게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되 기회는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 지금 미국을 비롯한 자본주의 국가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평등이다. 부유한 1%에 대항하는 99%의 저항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보여준다.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지는 사회인지 판단할 수 있는 잣대 중의 하나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지, 즉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미국의 짐 드민트 하원의원(공화당)은 이를 부자가 되기 위한 '회전문'이라고 표현했다. 부자로 향하는 문은 어떤 계층의 사람에게도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하는 회전하는 문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금 미국에서는 이 부자가 되기 위한 회전문이 고장 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부유한 사람은 더 부유하게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하게 되는 '더러운 세상'이 되고 있다고 믿고 있다.
미국의 조사회사인 퓨 리서치가 20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11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6%가 미국 사회의 가장 큰 갈등 요인으로 빈부격차를 지목했다. 이는 2009년 조사 때의 47%보다 늘어난 것이며 미국 본토인과 이민자간 갈등이라는 대답 62%보다 많은 것이다.
또 46%는 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 이유는 "돈 많은 집에 태어났거나 적절한 인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노력과 야심 또는 교육 때문"이라는 대답은 이보다 적은 43%였다. 문제는 18~34세 사이의 젊은층에서 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 이유는 부모를 잘 만났거나 인맥을 잘 이용했기 때문이라는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는 2가지 점에서 현실과 다른 편견이다. 첫째, 최소한 미국에서는 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이코노미스트 아서 케닉켈이 지난 11일 발표한 '끊임없이 변하고 뒤집히다: 2007~2009년 미국 가계에서 부의 역동성'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에 자산 상위 1%에 포함된 사람 가운데 3분의 1은 2009년에 1%에서 탈락했다.
이는 2년간 1%의 슈퍼리치 가운데 3분의 1이 떨어져 나가고 새로운 3분의 1이 슈퍼리치로 등극했다는 의미다. 상위 1%에서 밀려난 슈퍼리치 가운데 대부분은 그 다음 부자인 소득 상위 2%에서 10% 등급으로 내려갔지만 일부 소수는 하위 50%로 전락했다.
자산보다 소득은 훨씬 더 변동성이 심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에 소득 상위 1% 가운데 2009년에도 1%에 남아 있는 사람은 57%로 절반이 조금 넘었다. 43%는 2년 사이에 소득 상위 1% 그룹에서 탈락했다는 의미다. 대부분은 소득 상위 10%로 밀려나는데 그쳤지만 8%는 소득 상위 10%~50% 사이 그룹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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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월스트리트 저널(WSJ)에서 '부자 리포트'를 정기적으로 쓰고 있는 로버트 프랭크에 따르면 부자들에 대한 연구 결과 대부분은 오늘날 백만장자의 3분의 2 가량이 유산이 아니라 스스로 노력에 의해 부를 일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게다가 현대와 같은 고도의 지식사회에서 교육이나 기술보다 인맥이 더 중요한 성공 요인이라는 사실은 믿기 어렵다. 설사 인맥으로 좋은 자리를 차지했다 해도 실력이 없으면 버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미국의 통계에 대해 한국은 다르다고 반박할 수 있다.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부자만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과 '부자가 되는 문은 회전문'이란 생각, '집안 배경과 인맥이 있어야 부자가 된다'는 생각과 '노력과 교육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여러 가지 면에서 엄청난 차이를 낳는다는 점이다.
부자만이 부자가 될 수 있고 집안 배경과 인맥이 평생의 부를 결정한다고 믿는다면 그 사람이 해야 할 일은 정치 또는 사회 혁명일 것이다. 그래도 우리 사회는 어느 정도 기회의 평등이 보장되고 노력과 교육으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면 자기 삶과 태도에 대한 혁명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회의 평등을 높이는 일은 투표라는 작은 참여만으로도 가능하지만 자기 인생에 대한 혁신은 전적인 헌신과 남다른 절제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제 열흘 남짓이면 2012년 1월도 끝나간다. 당신은 부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환경을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가, 나 자신을 바꾸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는가. 이 생각의 차이가 올해 12월 당신의 인생에도 차이를 가져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