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살 돈 5400만원 주식투자, 2년만에 162만원 쪽박

집 살 돈 5400만원 주식투자, 2년만에 162만원 쪽박

베이징=홍찬선 특파원
2012.02.06 17:19

갓 태어난 아들 때문에 죽을 수도 없는 한 주식투자자의 사연

'사랑하는 부모님, 아내와 아들에게 나는 너무 많은 상처를 주었습니다. 나는 죽어 마땅합니다…'

부모님과 장인에게 직장에서 공급하는 집을 사라고 지원해준 30만위안(약5400만원)으로 주식투자 했다가 2년만에 29만1000위안을 잃고 달랑 9000위안(162만원)만 남은 천(陣, 29) 씨. 그가 주식투자를 시작했을 때 60만위안(1억800만원)을 주식투자했다가 겨우 4000위안(72만원)만 건졌다는 뉴스를 보고 ‘참 바보’라고 비웃었다. 하지만 이제 수익률 -97%라는 사실을 앞에 놓은 그는 ‘내가 정말 바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돼 버렸다.

천 씨가 주식투자를 시작한 것은 2008년8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급락했던 주식들이 반등하면서 주위에서 주식투자로 돈 벌었다는 사람들의 얘기가 들려오면서부터다. 2007년에 대학을 졸업한 뒤 충칭(重慶)시에서 직장을 잡은 그는 여자친구와 상의한 뒤 둘이서 4만위안(720만원)을 모아 주식투자에 나섰다. ‘나는 주식투자로 돈을 벌 수 있을 만큼 똑똑하다’는 자신감에 가득찼던 천씨.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그의 희망을 처절하게 외면했다. 주식을 처음 샀을 때부터 그는 줄곧 손해를 봤다. "4만위안을 들여 한 주식을 주당 12.5위안에 샀는데 사자마자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6위안 안팎에 매도하고 나니 투자한 돈의 절반이 날라 갔다. 가끔 운이 좋아 이익을 낼 때도 있었지만 이익은 모기 눈물만큼 작았던 반면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투자원금 4만위안이 거의 없어졌다."

720만원 하면 한국 중산층들에게는 그다지 큰 돈으로 생각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월급이 2000~3000위안(36만~54만원) 하는 중국 샐러리맨들에게 4만위안은 1년 이상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겨우 만질 수 있는 큰 돈. 그렇게 많은 돈을 바람과 함께 잃어버린 천씨는 심한 상실감을 맛봤다.

하지만 여기서 그쳤더라면 손해는 4만위안에 그쳤을 것이다. 운명은 그를 달콤하게 유혹했다. 2009년11월, 천 씨가 다니던 직장에서는 임직원들에게 돈을 모아 주택을 짓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국에서 1980~1990년대에 많이 유행했던 조합주택 같은 방식이다. 그의 부모님은 이 소식을 듣고 25만위안을 그에게 주어 조합주택을 신청하라고 했다. 여자친구 부모도 5만위안을 지원해 모두 30만위안의 목돈이 그의 손에 쥐여졌다.

당시는 하락하던 중국 증시가 다소 반등하던 때. 게다가 당시에 조합주택과 일반 주택과의 가격차이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주식투자로 돈을 조금 더 벌어 조합주택 대신 번듯한 일반 주택을 사자’는 유혹이 그를 잡아끌었다.

천씨는 부모님과 여자친구에게는 조합주택을 신청했다고 거짓말을 한 뒤 30만위안으로 주식투자에 나섰다. 처음에 16만위안을 투입해 주식을 샀다. 일단 분산 투자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그가 주식을 산 주식이 하락하자 그는 어쩔 줄을 몰랐다. 일반 주택은커녕 조합주택마저 살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에 나머지 14만위안도 모두 털어 주식을 샀다. 본전을 회복하면 털고 나와 조합주택을 신청하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하지만 그의 그런 희망은 전혀 실현되지 못했다. 2011년 춘졔(春節, 설) 때 그의 평가액은 그나마 6만위안이나 됐다. 하지만 이미 날아간 24만원의 미련을 버리지 못해 계속 주식투자를 하다 보니, 지난해 말 계좌 평가액은 고작 9000위안이었다. 춘졔 전에 증시가 조정을 보이자 그는 살을 도려내는 아픔으로 모두 손절매했다. 하지만 그가 주식을 팔고 나자 주가는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결혼식을 올리고 아들도 낳은 천씨의 부인이 며칠 전 최후통첩을 했다. “그가 다니는 직장 사람들은 조합주택에 입주하고 있는데 우리는 어떻게 된 것이냐 이번주 10일(2월10일)까지 어떻게 된 사연인지 밝히라”는 것. 그는 최후통첩을 받고 인터넷 카페 등에 자신의 사연과 처지를 올리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도와달라고 했다. 연락을 취해 온 곳은 모두 범죄 활동과 관련된 곳, 그는 투신자살을 할지언정 범죄조직에 들어갈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다.

하지만 최후통첩 시한이 며칠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는 최후의 선택에 몰리고 있다. 천씨는 지금 어떻게 할지 방법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는 그가 조합주택 신청할 돈 30만위안으로 주식투자를 했다가 모두 날려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의 부모와 부인 및 장인들은 크게 충격받을 것임을 안다. 자살해볼까도 수없이 생각해봤지만 태어난 지 얼마 안되는 아들을 생각해서 희망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돈 벌겠다는 욕심만으로 주식투자에 나섰다가 가장 중요한 목숨마저 내놓을 위험에 처해있는 천씨. 지난해 상하이종합지수가 21.68%나 폭락하면서, 천씨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구민(股民, 주식투자자)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 중국 증시의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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