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교체기의 美中, 갈등 속의 협력 방안 모색할 듯

“시진핑(習近平) 중국 부주석의 미국 방문 목적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협력적 동반자 관계를 쌓는 것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월에 합의한 ‘상호존중과 호혜 바탕의 동반자관계 구축’을 강화할 것이다.”(추이톈카이(崔天凱) 중국 외교부 부부장, 2월9일 브리핑)
시진핑(59) 중국 부주석이 13일, 5일간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닉슨 전 미국대통령의 방중 40주년에 이뤄지는 시 부주석의 이번 방미는 미국과 중국은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정권이 내년 초에 바뀌는 상황에서 정치 경제 인문 등에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양국이 협력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어떤 ‘액션플랜’을 내놓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시 부주석은 오는 10월에 열릴 ‘제18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자회의’에서 앞으로 10년 동안 중국을 이끌 주석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오는 11월 열리는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고 있다. 시 부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시 부주석 방미에서 ‘눈에 보이는 성과’를 냄으로써 내년 초 권력이양에 확실한 쐐기를 박고 싶어 할 것이다.
◇정치 경제 인권 3대 이슈 풀기 쉽지 않아
하지만 두 사람과 양국 사이에 놓여진 현안은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난제들이 많다. 정치적으로는 미국의 새로운 아시아 중시 정책(중국은 이를 총판야저우(重返亞州)라고 부른다)으로 양국간에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필리핀에 병력을 확대하고 호주에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있으며, 중국은 필리핀 및 베트남 일본 등과 영토분쟁을 벌이면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티베트에서 승려들의 잇단 분신과 신장위구르 지역의 시위 등도 양국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복잡한 셈이 필요하다. 위안화 환율은 항상 거론되지만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2010년에 2700억달러 적자를 본 미국은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인위적으로 높게(위안화 평가절하) 유지한다며 환율하락을 요청하고 있다. 미국 상원은 지난해 ‘위안화환율 보복법’을 표결로 통과시키기도 했다.
반면 중국은 위안화가 지난해 5.1%나 절상됐고, 지난 10일 기준환율이 달러당 6.2937위안으로 사실상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며 환율은 양국의 경제상황을 반영해 적정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고 강변한다. 미국의 대중무역적자는 환율 때문이 아니라 미국인들의 과도한 소비에 따른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다. 또 미국이 첨단기술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도 무역적자를 부풀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태양광 패널과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등으로 무역 분쟁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난제다. 중국이 2001년 11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뒤 수출과 무역흑자가 급증해 경제규모가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G2)로 부상한 만큼, 중국이 그에 상응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미국의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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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인권문제도도 매우 민감하며 양국간 견해차이도 크다. 최근 중국은 티베트 자치주의 분리 독립 요구를 강제적으로 진압하며 국제인권단체의 비난을 사고 있다. 중국 항저우(杭州) 법원은 10일 중국 반정부인사인 주유푸에게 국가 체제 전복을 주동한 혐의를 내세워 7년형을 선고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지난 8일 중국인권활동가 4명을 만나 중국의 인권이 유린되는 상황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빅토리아 뉼랜드 미 국무부 대변인이 주유푸의 석방을 촉구하는 등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해결하기 쉽지 않은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은 자신의 주장만 강조하다보면 협력보다는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에게 강한 요구를 하며 시 부주석을 몰아붙이는 ‘연출’을 할 수도 있다. 시 부주석도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중국의 이익을 지켰다는 모습을 중국인에게 보여줘야 한다. 자국민을 의식한 ‘말의 성찬’이 벌어지는 동상이몽(同床異夢)에 빠질 수도 있다.
◇'말의 성찬' 속 갈등 불거질 수도..시 부주석의 선물보따리에 주목
하지만 올 가을에 ‘권력이양’이란 대사를 앞에 놓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부주석은 대립과 갈등보다는 대화와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중국 지도자가 미국을 방문하거나 미국 지도자가 중국을 찾아올 때 중국이 다양한 형태의 ‘선물 보따리’를 제시했다. 중국은 이번에도 구매사절단을 파견하고 항공기, 식량 등의 수입계약을 체결하며 중국 기업의 미국 투자 의향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그 규모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결국 외환보유액이 3조2000억달러로 세계 최대인 중국이 시 부주석의 이번 방미에서 어떤 선물을 줄 것인가가 성공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시 부주석은 13일 미국 워싱턴에 도착한 뒤, 14일에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다. 이어 카운터 파트인 바이든 부통령과 회담하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을 면담한다. 미국 상·하원을 방문해 의회 지도자들과도 만난다.
시 부주석은 15일, 아이오와 주 머스카틴으로 이동해 테리 브랜스타드 아이오와 주지사를 만난다. 그가 아이오와주를 가는 것은 27년 전인 1985년, 허베이(河北)성 쩡딩(正定)현 당서기일 때 ‘가축 사육 대표단’을 이끌고 방문했던 것에 따른 것이다. 시 부주석은 아이오와에서 넥타이를 풀고 지인들과 자연스럽게 만난다.
또 17일에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바이든 부통령과 LA레이커스 대 피닉스 선스의 NBA경기를 관람할 예정이다. 딱딱한 이미지의 후 주석과는 차별화해 인간적인 면모와 개방적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바이든 부통령이 지난해 8월, 방중했을 때 79위안(약1만4000원)짜리 식사로 서민이미지를 보여준 것처럼, 일종의 ‘스킨쉽(skinship) 정치'를 과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