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쇠 부자' 만나 고생하던 아내, 70대 되니..

'구두쇠 부자' 만나 고생하던 아내, 70대 되니..

뉴욕=권성희 특파원
2012.03.30 13:33

[줄리아 투자노트] 많은 것 가지고도 불행… "부자란, 덜 필요한 사람"

퀴리노 제리 모레티가 이탈리아에서 뉴욕을 거쳐 기차로 L.A에 도착한 것은 14살 때인 1950년이었다. 제리는 영어를 한 마디도 못했다. 부모님이 적어준 먼 친척의 주소가 적힌 쪽지가 유일하게 그가 가야할 곳을 알려줬다. 그의 부모님은 아들이 이탈리아 시골을 벗어나 더 큰 자유를 누리기를 원했다.

그가 부모님의 농장에 대해 기억하는 것은 세 가지였다. 노동, 웃음과 함께 하는 식사, 부모님에 대한 존경.

제리는 이 3가지를 마음에 품고 15살 때 주유소 점원으로 일을 시작했고 19살 때 주유소 관리자가 됐다. 26살 때는 주유소 주인이 됐으며 이후엔 아파트와 사무실 빌딩, 패스트푸드 체인점 등에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

그에게 성공의 원칙은 여전히 노동, 웃음과 함께 하는 식사, 그리고 부모님에 대한 존경이었지만 여기에 4번째 원칙, 희생이 더해졌다.

제리는 일생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다. 그의 아내 바바라는 언제나 빠듯한 예산으로 세 아들을 키웠다. 그들은 더 큰 집에 살만할 여유가 생겼을 때에도 침실 2개짜리 집에서 지냈고 중고차를 타고 다녔다. 이제 76세가 된 제리와 바바라는 여전히 44년 전에 구입한 작은 집에서 살고 있다.

'부에 대한 우화: 당신에겐 없지만 부자들이 가진 것'이란 책의 저자 리처드 와츠가 CNBC의 블로그에 올린 '아메리칸 드림을 다시 생각할 때'란 제목의 글이다.

이 글을 읽으면 제리에게 많은 돈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그는 더 사치스럽게, 더 쾌락적으로 더 즐기며 살 수도 있었지만 마치 돈에 쪼들리는 사람처럼 검소하게 살았다.

이런 말을 이 은발 노인에게 하면 무슨 대답이 돌아올까. "그렇소. 젊었을 때 좀더 마음껏 돈을 써보지 못해 회한이오"라고 할까. 이 글을 쓴 와츠는 제리가 누구에게나 이런 대답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지 않소. 나는 내가 원하던 모든 것을 얻었소. 나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고 나의 열정과 내 인생 전체를 쏟을만한 일을 가졌다오."

제리가 말하는 아메리칸 드림이란 말이 다소 쑥스럽게 들리는 것은 사실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7명 가운데 1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한 미국에서 말이다. 하지만 와츠는 아메리칸 드림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변질됐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의 미국 문화, 특히 TV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성공과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갖는데서 오는 것이라는 인상이 든다. 어떤 과정을 거쳤든 부자라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 자체가 아메리칸 드림의 성취로 여겨진다.

하지만 원래 아메리칸 드림이란 목적지에 도착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번영을 향해 나아가는 여행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 여행의 출발지는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위해 선택해준 인생이나 주어진 여건에 따라 정해진 인생이 아니라 당신이 원하는 인생을 선택할 자유였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당신이 원하는 것을 '누가' 꿈꾸고 있는가이다. 당신이 꿈꾸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부모님, 혹은 당신이 보는 패션잡지나 영화, TV 드라마가 당신이 원하는 것이라며 대신 꿈꿔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 이 꿈을 꾸는 주체가 누구인지 알아보려면 "만약 돈이 문제가 아니라면 나는 내 나머지 인생을 무엇을 하며 보낼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아메리칸 드림의 목적지는 부자가 되는 것이다. 다만 부자란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가장 무엇인가가 덜 필요한 사람, 그래서 가장 충만한 사람이다. 아메리칸 드림뿐만 아니라 세상의 어떤 꿈, 어떤 인생인들 그렇지 않으랴.

"내"가 진실로 원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꿈의 출발점이며 충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의 목적지이다. 하지만 충만한 사람이 되어 가는 여행 자체가 꿈의 성취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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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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