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 3년 째 돼 가는 유럽위기가 만성화됐다는 신호를 지난 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이번에는 스페인발(發)이다.
유로존에서 이탈리아와 유사한 그룹, 즉 그리스나 포르투갈보다 경제규모가 크지만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핵심국 보다는 상황이 열악한 국가로 분류돼 온 스페인의 상황은 국채시장 만으로 볼 때 이탈리아보다는 덜 심각한 것으로 보였다. 이탈리아 국채금리가 7% 선을 넘나들던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같은 만기 스페인 국채금리는 5% 대 초반을 유지했고 시장의 관심도 스페인보다는 단연 이탈리아에 집중돼 있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응급처방으로 올해 초 두 국가 국채시장은 눈에 띄게 진정됐다. ECB가 지난해 12월과 2월 두 차례의 3년 만기 저리 대출 프로그램인 장기자금공급조작(LTRO)을 실시했고,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시장도 자국은행들이 국채를 매입해주며 금리가 하락했다.
여기까지는 두 국가의 행보가 유사했다. 그러던 상황이 지난달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스페인 정부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8.5%였던 재정적자비율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지난달 5일 올해 GDP 대비 재정적자 목표를 4.4%에서 5.8%로 상향조정했다. 유럽연합(EU)은 이를 '심각한 일탈'이라며 비난했고 결국 스페인 정부는 EU와의 합의를 통해 재정적자 목표치를 5.3%로 조정했다. 스페인은 이 과정에서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지난달 1일 4.87%까지 하락했던 스페인 국채 금리가 라호이 총리의 발표 후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스페인 국채 금리는 지난달 초부터 가파르게 상승하며 이탈리아의 국채금리를 현재 0.3%포인트 가량 앞섰다.
일각에서는 스페인이 보이는 불안한 행보의 원인을 우선 스페인 정부에게로 돌린다. 스페인이 ECB 유동성 공급으로 벌게 된 시간을 은행권 개혁을 미루는데 썼다는 것. 실업률이 이미 23%까지 오른 상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도 -1.7%로 예상될 정도로 암울한 스페인 경제 상황도 최근 이탈리아에 비해 가파르게 상승한 스페인 국채금리를 설명한다.
그러나 개별 국가의 재정정책을 현실적으로 달성 불가능한 수준까지 요구하는 유럽당국의 위기해결책이 누구를 위한 것 인지란 반문도 생긴다.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수준의 강도 높은 긴축이 유로존을 여러 층위로 분리할 수 있다는 지적은 이제 공공연하게 있어 왔지만 독일의 '입김'으로 유럽위기 극복을 위한 범 유럽적 해결책은 여전히 재정긴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마리오 몬티 총리 부임 후 재정개혁과 부패척결 등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온 이탈리아도 국내 정치적 반발과 긴축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 가능성을 방심할 수 없다. '위기해법'이 위기를 심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라는 점을 부정하기 힘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