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스페인 위기 `역전`

이탈리아-스페인 위기 `역전`

김국헌 기자, 권다희
2012.05.17 14:35

IMF, 이탈리아 경제개혁 극찬..스페인, 채권시장 외면 위기

유럽 재정위기국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같은 위기라도 온도차를 보이면서,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역전됐다.

지난 2011년 11월25일 이탈리아 국채금리가 7.2%대로 치솟을 무렵 스페인 10년물 금리는 높긴 해도 이탈리아보다 낮은 6.7%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금은 스페인 국채 금리가 이탈리아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지난 16일 이탈리아 10년물 금리가 그리스 우려로 5.8%로 상승했지만, 이날 스페인 금리는 장중 한 때 6.5%까지 치솟았다.

스페인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간주됐던 유로존 3위 경제국 이탈리아는 기술관료 출신의 마리오 몬티 총리 취임 이후 신속한 경제개혁을 추진한 반면에 유로존 4위 경제국 스페인은 더딘 개혁 탓에 채권시장의 외면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경제관료 내각으로 회생 속도

▲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사진 왼쪽)와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오른쪽). [로이터=뉴시스]
▲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사진 왼쪽)와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오른쪽). [로이터=뉴시스]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이탈리아 국채금리는 디폴트의 위험선인 7%를 수시로 넘나들었다. 그리스 2차 구제금융 협상을 둘러싸고 불확실성이 고조된 가운데 이탈리아가 그리스 다음으로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에서 이탈리아는 그리스의 뒤를 이었기 때문에, 스페인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간주됐다. 지난해 GDP 대비 부채비율을 보면 이탈리아가 120.1%를 기록한 반면에 스페인은 68.5%다. 더욱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실정까지 겹쳐지면서 이탈리아에는 탈출구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가 퇴진하고 새로 출범한 마리오 몬티 내각이 경제개혁에 성과를 거두면서, 이탈리아를 보는 시선이 달라진 반면 그동안 이탈리아에 가려있던 스페인 문제가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금융권에선 스페인의 경제 상황이 더 심각한 것으로 판단했다.

레자 모가담 국제통화기금(IMF) 유럽국장은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이탈리아 경제 연례 평가를 마치고 "지난달 이룬 진전은 유럽 수준으로 볼 때 하나의 모델"이라고 호평했다. 그는 "야심차고 광범위한 정책 도입으로 (이탈리아 경제가) 확실한 수준의 안정을 이뤘고 가장자리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모가담 국장은 "재정 강화와 빠듯한 재정상황의 강한 역풍으로 올해 이탈리아 경제는 (1.9%) 수축할 전망"이라며 "2013년 초에는 경제 활동이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이탈리아가 내년에 이자비용을 제외한 재정에서 유로존 최대 흑자(the highest primary surplus)를 기록할 것으로 낙관했다.

그는 "만약 이탈리아 개혁이 이탈리아 생산과 노동 지표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면, 생산량(국내총생산)이 중단기에 6%포인트 증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몬티 총리는 이에 화답해 이탈리아 의회에 개혁법안을 신속히 처리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처음의 전력질주는 충분치 않다"며 "휴식을 취할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과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이 있는 다음 2주가 이탈리아에 결정적인 시기라고 강조하고, 개혁 속도를 높이기 위해 국내 정치권을 압박했다.

지난해 11월 EU 경쟁담당 집행위원 출신의 몬티 총리가 취임할 당시 7.0%를 웃돌던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월 중순으로 고비로 하락세로 전환해 지난 3월 4.8%까지 떨어졌다.

몬티 총리는 정치색을 배제한 전문가들로 내각을 구성해, 소극적인 긴축정책에 갇히지 않고 적극적이고 혁신적인 성장정책을 표방했다. 200억유로 규모의 추가 긴축안을 내놓고 경제 개혁 정책을 추진한 결과 2월 소매판매, 3월 산업생산 등 주요 지표가 증가세로 돌아섰다.

◇스페인 총리 답답한 마음에 쓴소리..금융시장 축출 경고

다만, 최근 그리스 위기가 재점화되면서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가파르게 상승해 지난 16일 5.8%선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스페인 금리가 더 가파르게 상승하며 장중 한 때 스페인 10년물 금리는 6.5%까지 치솟았다. 스페인 총리가 나서서 금융시장 축출을 경고할 정도로 스페인 경제개혁이 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IMF가 이탈리아 경제를 칭찬한 같은 날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쓴소리를 했다. 라호이 총리는 16일(현지시간) "(국채 발행으로) 자금을 빌리지 못하거나 천문학적인 금리로 자금을 빌리게 될 심각한 위험이 있어 반드시 공공부문 재정적자를 감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옌스 라르센 RBC 유럽지역 이코노미스트는 "스페인은 경제개혁, 재정긴축, 은행 개혁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그러나 정부를 진짜 힘들게 하는 것은 의사소통으로, 일관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스페인의 은행 개혁이 불신의 초점이다. 스페인은 현재 부실 저축은행 4곳을 합병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부실 저축은행 7개를 합병해 출범한 방키아 꼴이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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