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구제금융 일축에도 시장은 '최악' 반영중?

스페인 구제금융 일축에도 시장은 '최악' 반영중?

최종일 기자
2012.05.29 15:40

스페인이 자국 3위 은행 방키아에 이달 초 45억유로를 투입했지만 시장의 우려가 끊이질 않자 190억유로(28조원)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추가 지원 계획에도 방키아 주가가 13%나 폭락하는 등 스페인 은행권 위기가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스페인 총리는 국민적 고통을 수반하는 외부 구제금융 가능성을 강하게 배척하면서도, 위기국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유럽 당국의 역할 확대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이 지속돼 국채시장 접근마저 어려워져 스페인이 결국 국제기구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스페인 국채를 담보로 ECB에서 은행지원 자금 조달"

라호이 총리는 28일(현지시간) 마드리드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유럽은 유로화에 대한 어떠한 의문도 불식시켜야 한다. 또 유로화 도입은 되돌릴 수 없는 기획이란 점을 확인시켜야 하고, 그에 맞춰 행동해야 한다"며 당국의 분명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라호이 총리의 이날 발언은 은행자본 확충과 지방정부 지원 작업을 진행중인 상황에서 스페인과 독일 국채 금리차이(스프레드)가 유로존 출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스페인 10년물 국채 금리가 6.48%로 구제금융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7%를 향해 치솟는 등 스페인 정부가 극한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나왔다.

스페인 정부는 방키아에 190억 유로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채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비용이 너무 큼에 따라 190억유로의 자금을 현금으로 지원하는 대신에 방키아의 지주회사 BFA의 주식과 국채를 교환(스왑·swap), BFA가 스페인 국채를 담보로 유럽중앙은행(ECA)로부터 자금을 대출받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방키아 자금 조달 방식은 국채 시장에 여전히 기초를 두고 있다고 밝혔지만 시장 반응은 부정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스페인 정부 관리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190억유로를 시장에서 조달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은 바보같은 짓"이라며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40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더욱이 스페인은 1800억유로 규모의 부실 대출을 떠안고 있는 금융권의 문제를 구제금융없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부에선 부실자산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로보방크의 애널리스트들은 FT에 "방키아가 확인된 손실 범위에서 특별한 사례라고 보지 않는다"며 "모든 스페인은행들은 삼자가 회계장부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추가적인 부채상각과 자본 확충을 필요로 할 것이다"고 말했다.

스페인은 외부 전문가들에 의뢰해 은행자본 건전성점검(스트레스 테스트)을 진행중이며 그 결과는 다음달 공개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스페인 은행이 500억~600억유로의 추가 자금지원을 필요로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BFA는 앞서 지난해 41000만유로의 이익을 낸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33억유로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이날 밝혔다. 스페인 은행권의 추가 자금 필요액을 600유로로 전망한 드라그 퀸 노무라의 애널리스트는 "현재 유로존의 경제적, 정치적 불확실성은 스페인이 은행 재자본화를 위해 외부 기금을 이용하도록 하는데 추가적인 압박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라호이 총리 "ESM의 은행 직접 지원 필요"

이날 라호이 총리는 유럽 당국에게 지원을 강화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오는 7월 출범하는 유로안정화기구(ESM)가 각국 정부를 거치지 않고 부실 은행들을 직접 재자본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에 동의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유럽 정상들은 이 방안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고 익명의 유럽연합(EU) 관리는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라호이 총리는 또 유럽 당국이 공공부채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낮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유럽중앙은행(ECB)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앞서 지난 23일 EU특별정상회담 뒤 ECB가 스페인 국채 매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임기가 만료된 호세 마뉴엘 곤잘레스-파라모 ECB집행이사는 스페인 국영 통신사 에페와의 인터뷰에서 스페인 정부는 ECB 정책 노선에 대해 발언을 삼가야 한다며 지적하며, 총 1조유로어치의 유동성을 공급한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에서 스페인은 최대 수혜국이었다고 지적했다.

런던 소재 BNP파리바의 켄 와트렛은 "스페인 정부는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을 시장에 보여주려고 하고 있지만 현재 상황에선 이를 위해선 훨씬 더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는데 있어서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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