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국채 민간투자자, 손실분담 우려(종합)

스페인이 은행권 재자본화를 위해 최대 1000억유로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받게 된다는 소식에도 스페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6.5%로 급반등하고, 이탈리아 금리도 1월 이후 처음으로 6%선을 돌파했다.
스페인 구제금융 규모가 충분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데다, 스페인 구제금융이 국가채무 조정시 선순위 지위를 갖는 유로화안정화기구(ESM)에서 지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민간 투자자들의 매도주문을 늘렸다.
블룸버그통신은 11일(현지시간) ESM이 스페인 구제금융을 지원할 경우 스페인 국채를 보유한 민간 투자자들의 변제 순위가 공공부문 채권자 뒤로 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대출 부실로 은행 재구조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후순위인 민간채권단은 보유 국채에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자칫 스페인 국채 투매가 진행될 수 있다.
스페인 은행에 대한 구제자금은 스페인 정부가 운영하는 은행구조조정기금(FROB)를 통해 은행권에 전달되고 스페인은 금융지원에 대한 완전한 책임을 지게 되며, 이를 유로존 국가들과 합의할 것이라고 유로그룹은 지난 9일 성명을 통해 밝혔다.
다만, 성명은 자금처를 명시하진 않았다. 구제자금은 오는 7월 출범 예정인 상설구제기구 유로안정화기구(ESM) 혹은 임시기금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FSF)에서 충당한다고만 밝혔다.
런던소재 로얄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의 유럽 신용리서치 담당부문 대표 알베르토 갈로는 "스페인 구제금융은 공적 파이낸싱이며, 은행에 대한 자본 투입 위험은 스페인이 안고 갈 것이다"며 "스페인은 시스템적인 은행권 재구조화를 필요로 할 것이며, 이는 은행 채권에 대한 헤어컷(손실분담)을 수반할 수 있다. 특히 공공 채권단은 선순위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SM은 규정상 변제 우선순위를 갖고 있으며,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해서만 뒷순위이다. EFSF의 경우, 명백하게 우선순위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유타 우르필라이넨 핀란드 재무장관은 EFSF가 자금을 융통해주게 되면 담보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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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그리스 사례를 보면 공공 채권단은 손실을 떠안을려고 하지 않으면 민간 채권자들이 재구조화에서 손실을 분담하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유로존 정상들은 ESM이 납입자본금을 갖고 출범할 예정이기 때문에 ESM이 스페인 금융지원을 맡도록 하는 것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고 독일 집권 기민당 소속의 노베르트 바틀레 예산 담당 대변인은 전했다.
특히 ESM 협정 12조는 2013년 1월 발효 예정으로 집단행동조약(CACs)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대다수 채권단이 동의하면 손실분담에 참여할 의사가 없는 소수 채권자들에게도 손실을 분담토록 할 수 있다. 앞서 지난 3월 이 조항으로 인해 민간 투자자들은 그리스 국채 액면가 대비 53.5%의 손실을 떠안았다.
스워드시시 리서치의 대표 게리 젠킨스는 "그리스에 대한 지원은 민간채권단의 손실분담(PSI)를 필요로 했다"며 스페인이 구제해야 하는 은행들의 채권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도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프레드릭 라인펠트 스웨덴 총리도 이날 인터뷰에서 "우선, 스페인 국채 민간투자자들이 더욱 큰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번째로 스페인이 자체적으로 재자본화할 수 있는지를 물어봐야 한다"며 스페인 은행권의 민간투자자들은 손실분담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페인 국채 10년물 금리, 6.5% 재돌파=PSI의 가능성이 높다면 손실을 우려한 민간채권자들은 스페인 국채 투매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스페인 국채 금리는 다시 상승할 수밖에 없다.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이날 스페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29bp(bp=0.01%) 오른 6.508%를 기록, 지난해 11월 말 세운 역대 최고치인 6.699%에 근접했다. 앞서 이날 장 초반 금리는 20bp까지 하락했었다. 2년물 국채 금리는 28bp 상승한 4.566%를 나타냈다. 스페인 5년물 국채 기준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도 599bp를 기록, 지난 1일 세웠던 최고치 603bp에 근접했다.
스페인 다음에는 이탈리아가 위기에 처할 것이란 우려로 인해 이탈리아 국채 금리도 덩달아 상승세를 보였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26bp 오른 6.032%를 기록했다. 국채 금리가 6%를 넘어선 것은 지난 1월 말 이후 처음이다.
글렌데본 킹 애셋매니지먼트의 니콜라 마리넬리는 "이탈리아에 대한 의구심이 높기 때문에 스페인 구제금융 이후에도 우려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며 "이번 구제금융은 이탈리아가 곧바로 공격을 받는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은 이탈리아 국채를 매입하거나 매도하기 전에 모든 정보에 주의할 것이란 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스페인이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상당하는 1000억유로의 빚을 더 떠안게 됐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스페인에 위험이 가중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제가 긴축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81% 수준인 누적 공공부채가 90%로 치솟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갈로는 "문제는 은행 시스템에서 스페인 공공부문으로 위험이 전가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유럽 정상들이 해법을 내놓으면 몇주 혹은 몇달 동안은 시장의 동요가 잠잠해졌지만 이번 은행 구제금융은 유럽 국채 시장이 다시 요동치면서 시장의 안정화에 기여한 시간이 4시간40분밖에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