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미국에서 또 사고가 터졌다.
미 위스콘신주의 시크교 사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수십 명이 죽거나 다친 것이다. 지난달 콜로라도주의 극장에서 영화 상영 중에 한 남성이 무차별적인 총격을 가한 일이 있은 지 불과 보름만의 일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는 총기 규제 논의가 다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1993년 총기규제를 강화한 일명 '브래디법'이 통과돼 총기 구입 시 신원 조회를 의무화했지만 4년 뒤 전과 조회가 위헌이라는 대법원의 판결로 있으나마나 한 규제가 돼버렸다. 지금도 미국에서는 운전면허 따는 것보다 총기 구입이 더 쉽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미 당국이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의 조치를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에서의 총기 규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미 총기가 보급된 상황에서 규제 조치를 취하면 선량한 시민들의 자위권만 박탈하게 된다는 것이다.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총기만 늘어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하지만 더 큰 원인은 정치권의 '눈치보기'다. 양당의 대선 주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총기 규제 이슈에 대해 언급을 피하고 있다. 시민단체 등이 관련 규제책을 만들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묵묵부답이다.
그 배경으로는 전미총기협회(NRA)의 막강한 로비력이 꼽힌다. 미국에서 400만 회원을 보유한 NRA는 각종 이권과 정치적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 특히 이번 대선의 최대 경합주인 버지니아와 오하이오 등지에는 NRA 회원이 많이 거주한다. 두 대선주자가 선거를 앞두고 수많은 '표'를 의식해 몸을 사린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놀라운 것은 이들 두 후보가 모두 과거에는 총기 소유 금지를 지지했었다는 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격용 총기 소유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으며 롬니는 매사추세츠 주지사 시절 공격용 총기 소지를 금지하는 법률을 만드는 등 강력한 총기 규제를 실시한 바 있다.
결국 '의지'의 문제다. 규제 자체가 불가능하다기보다 정치적 계산이 이들을 주저하게 만드는 것이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총기 사건으로 수많은 생명들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이처럼 생각하는 미국 국민의 숫자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미 정치권의 향후 행보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