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위기 이야기야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유럽 위기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눈에 띄는 의견이 나와 관심을 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운용사인 핌코의 유럽 외환 대표 토마스 크레신은 지난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자본 이탈이 또 다른 폭풍을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크레신 대표에 따르면 유로는 5월 후 교역 가중치를 기반 해 5% 하락했으며, 달러대비 8% 떨어졌다. 일본 엔과 중국 위안화 대비로는 지난 6월 이후 14% 밀렸다.
이는 유럽 위기가 불거져도 자본이 유로존 주변국에서 핵심국으로 이동하며 유로 가치가 보합세를 이어가던 기존 양상과 다르다.
크레신은 "유로존에 대한 신뢰의 위기가 새로운 차원으로 진전되고 있는 신호가 늘어나고 있다"며 "처음에 유로존 핵심국으로 이동했던 자본이 지금은 유로존 밖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로를 사용하지 않는 유럽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상승은 유로를 대체할 통화로 투자자들이 몰리는 신호로 풀이된다. 투자자들이 유로화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며 유로화 외 통화로 현금을 보유하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났다는 방증이다.
스위스중앙은행은 스위스 프랑 절상을 막기 위해 유로를 매입했으며 덴마크 중앙은행도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예치할 때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0.14%보다도 낮다.
갈림길에 선 유럽의 해법은 일단 통합을 강화하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EU 정상들은 3년여의 유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6월 말 정상회의에서 역내 구제기금에 내년부터 은행권을 직접 지원하고 채권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을 기반으로 한 단일한 은행 감독기구 설립에도 중지를 모았다.
그러나 이번 주 독일의 싱크탱크인 유로폴리스는 헌법재판소에 유럽안정매커니즘(ESM) 설립을 지연시킬 수 있는 새로운 이의제기를 신청했다. 유럽연합(EU) 최고 재판소인 유럽사법재판소의 의견을 참조할 때까지 독일 헌법재판소가 ESM을 반대하는 헌법소원과 관련한 결정(9월 12일 예정)을 연기해 달라는 주장이다.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질 경우 ESM 설립이 수 개월간 연기될 수 있다.
통합이 진정한 해법인지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 일단 통합으로 뜻을 모은 유럽 정부들이 뜻을 관철시킬 수 있을지 조차도 확신하기 어렵다. 기로에 서 있는 유럽이 방향감각과 걸어갈 기력을 모두 잃어버렸다고 하기엔 아직 이르겠지만 시간이 넉넉히 남았다고 하기에도 어려운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