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시노포비아(중국 공포증)가 불필요한 이유

[광화문]시노포비아(중국 공포증)가 불필요한 이유

지영한 국제경제부장
2012.09.06 11:29

지난여름 런던올림픽은 스포츠 분야가 G2(미국, 중국)의 각축장임을 확인해 주는 자리였다. 과거 냉전시대에는 미국과 구소련이 올림픽 종합우승 자리를 놓고 자웅을 겨뤘지만, 지금은 G2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미국은 총 104개의 메달을 획득해 종합우승을 거머쥐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는 총 100개의 메달을 딴 중국이 종합 1위를 차지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미국이 1위, 중국이 2위였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력에서도 세계 1,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경제 규모는 미국이 중국을 2배가량이나 앞서지만, 중국 경제는 2010년 일본을 제치고 넘버2에 등극하며 미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6월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유인우주선의 수동 도킹에 성공한 나라가 됐다. 며칠 뒤에는 자체동력을 갖춘 중국의 유인잠수정이 세계 최초로 7000m 이상 깊이까지 내려갔다. 중국이 스포츠와 경제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중국 경제는 미국보다 몇 배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중국 경제가 미국을 따라잡을 날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물론 경제력이 세계 1위라고,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마저 1위가 되는 건 아니다.

브릭스(BRICs) 용어를 만든 짐 오닐은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보다 커질 수는 있지만 미국만큼 잘살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예컨대 2050년께 중국의 국내총생산(GD)이 80조 달러로, 미국의 36조 달러를 앞서겠지만 미국인의 1인당 국민소득은 중국인보다 2배나 많을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 등 서구 선진국이 중국의 경쟁과 도전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게 짐 오닐의 생각이다. 마찬가지로 한국도 경제 규모면에서 중국을 따라잡기가 영원히 불가능하겠지만, 기가 죽을 필요는 없다.

스위스가 독일과 프랑스의 성장을 십분 활용해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중 하나가 되었듯이, 중국시장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전략으로 대응한다면, 한국인들은 오래도록 중국인 보다 잘 살게 될 것이다.

마침 지난 8월24일은 한중수교 20주년이었다. 지난달 31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수교 20주년 기념 리셉션에는 중국의 미래권력인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참석해 덕담을 주고받으면서, 양국은 그 어느 때보다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반면 오는 29일 중일수교 40주년에도 불구하고,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으로 중국과 일본의 갈등은 크게 증폭되고 있다. 여기에 독도 영유권 문제로 한일 간의 긴장도 고조된 상황이다.

지금부터 118년 전인 1894년 에른스트 폰 헤세-바르텍이란 오스트리아인이 조선을 방문했다. 이 해는 1월 동학농민운동이, 6월에는 갑오개혁이, 8월에는 청일전쟁이 발발했던 격동기였다. 특히 일개 섬이 아닌 한반도 전체의 지배권을 놓고 중국과 일본이 탐욕에 물들어 있던 때였다.

당시 헤세-바르텍은 오랜 역사를 지닌 조선에서 만주인이 지배하는 중국 문명이 일본 문명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회고하면서, 조선이 지배계층의 부패와 무능력으로 망가진 반면, 조선인들의 기본 자질 만큼은 중국인과 일본인을 능가한다는 견해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신체적인 면에서 "조선 사람들의 키와 건장한 체격, 그 건장한 외모는 유럽의 여행자들에게 커다란 놀라움을 안겨준다. 이 점에서 조선인과 견줄 수 있는 민족을 동아시아에서 본 적이 없다"고 회고록에 적었다. 내면적으로도 "조선인들은 아주 훌륭한 본성이 들어있다. 진정성이 있고 현명한 정부가 주도하는 변화된 상황에서라면, 이들은 아주 짧은 시간에 깜짝 놀랄 만한 것을 이루어낼 것이다"고 밝혔다.

한 세기 전 청일전쟁에서 완패했던 중국은 이제 일본을 제치고 G2로 올라섰다. 그러나 헤세-바르텍의 단언처럼 한국인의 자질은 중국인에 꿀릴 것이 없다. 경제 규모가 중국에 크게 뒤쳐지더라도 한국인 개개인은 중국인보다 훨씬 잘 살 수 있다. 단, 헤세-바르텍의 지적대로 현명한 위정자가 전제되어야 한다.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질서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지금, 한국이 지도자를 잘 뽑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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