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임스 딘이 열연한 '이유없는 반항'에서 주인공 짐 스타크(제임스 딘 분)는 자신을 치킨(겁쟁이)이라고 놀리는 버즈 개너슨이라는 학교 일진과 '치킨게임'을 펼친다. 동시에 차를 타고 낭떠러지기로 돌진하다가 먼저 차에서 탈출하는 쪽을 '치킨'으로 규정하는 대결이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치킨게임'은 차량 두 대가 서로 마주하며 달리다, 먼저 핸들을 꺾는 사람이 '치킨'으로 찍히는 것인데, '이유없는 반항'에서는 다소 변형된 치킨게임을 치른 것이다.
지금 동북아시아에서 중국과 일본이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중국 정치권은 '갈 때까지 가보자'는 기세이고, 중국 군부는 과거 청일전쟁 때처럼 무력했던 자신들이 아니라며 일전불사의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일본 역시 우익을 중심으로 영토분쟁에서 물러날 기미가 없다.
중일 분쟁은 표면적으로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지역에 매장된 엄청난 에너지자원과 광물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여기에다 양국의 오래된 민족감정도 적잖이 반영되어 있다. 지난 2005년에도 일본 우익의 교과서 개악이 중국의 민족주의를 자극하여,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가장 많은 대학생이 참여할 정도로 반일시위가 들불처럼 일기도 했다.
그러나 중일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은 중국의 팽창이다. 지난 30년간 연평균 10%가 넘는 고성장으로 축적된 중국의 엄청난 에너지가 태평양 연안으로 분출되기 시작하면서 온갖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태평양 연해의 영토분쟁에서 중국이 끼어있지 않은 곳이 없다는 점은 이를 증명한다.
중국의 공세적 행보에 미국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미국은 핵 잠수함 조지 워싱턴호와 존 스테니스호, 공격형 핵잠수함 올림피아호를 센카쿠와 남중국해에 급파하며 사실상 중국에 대한 무력시위에 나서고 있다.
중일분쟁이 결코 단순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중일간 영유권 분쟁은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과 중국의 팽창이 서로 충돌해 발생한, 어찌 보면 '예고된 사건'일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의 포위 전략을 두려워하면서도, G2까지 폭풍 성장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제는 G1 자리를 넘보고 있다. 냉전 이후 서방진영의 결속이 느슨해지자, 중국은 센카쿠 이슈를 통해 미일 동맹의지를 시험하고, 동시에 일본에게는 중국 포위 전략에서 빠질 것을 경고하고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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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센카쿠를 둘러싼 '치킨게임'은 동아시아 리더십을 차지하기 위한 만다린 대(對) 사무라이의 대결이 아니라 글로벌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G1, G2간의 역사적인 충돌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그러나 만다린과 사무라이의 싸움이든, 만다린과 카우보이의 다툼이든 간에, 치킨게임의 결과는 자칫 참혹할 수 있다. 양측이 고집을 꺾지 않으면 둘 다 파멸에 이르는 게 치킨게임의 본질이다.
누군가 꼬리를 내려 핸들을 꺾거나, 가속기에서 발을 뗄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야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미국과 중국, 일본 등 당사국들의 정치권력 변화는 동아시아 치킨게임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내달 중국에서는 후진타오에서 시진핑으로 권력이 넘어가고, 미국에서도 연내 대선 승자가 가려진다. 여기에다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가 노다 요시히코 총리를 누르고 새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점쳐진다. 아베 총재가 극우파이긴 하지만, 2006년 9월 아베가 총리에 당선된 이후 중일 관계가 크게 개선되었던 전례도 있어, 미중일 정치구조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