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약발 어디로?...세계 경제, 다시 침체 기로

양적완화 약발 어디로?...세계 경제, 다시 침체 기로

김신회 기자
2012.10.08 16:42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경기부양 노력에도 세계 경제가 다시 침체의 수렁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대규모 자금을 푸는 중앙은행의 추가 부양 조치가 글로벌 증시에는 활력을 주고 있지만, 최근 줄을 잇고 있는 최악의 경제지표들이 대변하듯 경제 여건(펀더멘털) 개선에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가 내년에 지난 2009년 이후 4년 만에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점치며 주요국 정치권에 그 책임을 돌리고 있다.

◇세계 경제 회복세 아슬아슬한 줄타기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간) 미국과 영국, 일본,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등 주요국(지역) 중앙은행이 최근 추가 부양에 나섰음에도 미국을 제외한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FT는 주요 20개국(G20)의 경기 회복세 가늠자로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와 함께 내는 '타이거(TIGER) 지수'를 인용해 올 초부터 미국을 제외한 G20과 주요 신흥국의 경제 지표와 경기 신뢰지표가 줄곧 악화됐다고 전했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도 6일자 최신호에서 최근 글로벌 증시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이는 경제지표와 동떨어진 것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세계 주요 증시를 반영하는 MSCI세계지수는 지난 7월 이후 10% 가까이 급등했는데, 이는 중앙은행 효과에 따른 것이지 펀더멘털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유로존 사수 의지를 확인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9월 초 무제한 국채매입 카드를 꺼내들었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이어 3차 양적완화(QE3)에 나섰다. 브라질을 비롯한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도 자국 통화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속속 통화완화 행렬에 합류했다.

그러나 세계 경제는 최근 몇 개월째 지난 2009년 침체 이후 가장 미약한 성장세를 띠고 있다. 이미 침체에 빠진 유로존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은 성장률이 2%를 밑돌고 있으며 두 자릿수 성장률을 뽐냈던 중국은 7%대로 떨어졌다. 일본 경제는 3분기부터 다시 침체 국면에 빠져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무능한 정치권...세계 경제 내년 '침체' 우려

투자자들은 전 세계 중앙은행의 부양기조가 지속돼 세계 경제도 곧 기운을 차릴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지만, 이코노미스트는 정치권의 움직임으로 볼 때 세계 경제 성장세는 앞으로 더 둔화되고 내년에는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에스와 프라사드 브루킹스연구소 교수 역시 "정치 갈등과 정책 결단력 부족 등으로 세계 경제 회복세가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며 "재정과 금융시스템 등의 구조개혁을 위한 결단력 있는 시책이 나오지 않으면 세계 경제는 머지않아 'KO패'를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험이 가장 임박해 있는 곳은 '재정절벽' 공포가 한창인 미국이다. 재정절벽은 일련의 세금 감면 혜택이 올해 말 종료되고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내년부터 재정지출이 대폭 주는 것을 말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재정절벽을 막지 못하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5% 쪼그라들어 안 그래도 미약한 미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져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미 의회가 연내에 재정절벽을 차단하는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얄궂게도 FRB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가 정치권이 재정절벽 차단 책임을 내려놓는 빌미가 됐다고 덧붙였다.

ECB를 믿고 제 책임을 방기하고 있기는 유럽 정치권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스페인은 전면 구제 신청을 망설이고 있고, 독일을 비롯한 다른 채권국들은 재정위기국 지원 약속을 모른 척 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정치권의 역주행이 계속되면 최근 ECB의 조치에 힘입은 재정위기국 국채 수익률(금리) 안정세는 단명하고 유로존의 침체가 더 깊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경제개혁도 지연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치권이 권력 교체에 집중하느라 수출 의존형 경제를 내수 주도형으로 바꾸는 데 충분히 속도를 내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정치권이 서둘러 독점체제를 깨고, 세제 개혁 등에 나서지 않으면 중국의 성장 둔화는 필요 이상으로 고통스럽고 길어 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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