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가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세계에서 14번째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18일 동성애자들의 결혼과 자녀 입양을 허용하는 내용의 동성결혼법안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수천쌍의 동성 커플들이 결혼식을 올리고 그들이 키우던 자녀들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동성결혼 합법화는 올랑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 그러나 합법화가 프랑스에서 쉽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올해 1월과 3월, 4월에 보수 진영과 종교계를 중심으로 수십만명이 참여하는 대대적인 반대 시위가 일어났으며 지금도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게다가 앞서 네덜란드와 벨기에, 스페인 등에서 동성결혼이 허용됐지만 아직 유럽에서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이 회원국과 크로아티아의 성소수자 10만여 명(18세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약 3분의 1이 최근 5년간 성적 정체성을 이유로 협박을 받거나 폭력에 당했다고 답했다.
또한 공공장소에서 타인의 위협이 두려워 동성 애인의 손을 잡지 못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70%에 가까웠으며, 폭력을 당해도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절반에 조금 못 미쳤다. 실제로 ‘국제 성소수자 반대 혐오 반대의 날’인 17일 다음날에 미국 뉴욕에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한 남성이 총에 맞아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동성결혼 합법화가 점차 세계적 추세가 되고 있지만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증)’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소한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동성 결혼은 반대하되 동성애자의 권리는 인정하는 쪽’으로 세상이 변하고 있다.
프랑스의 동성결혼 이슈를 지켜보며 우리나라의 김조광수 감독이 떠올랐다.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등의 영화를 제작한 김조 감독은 일찌감치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알렸다. 그는 최근 19살 연하의 애인 김승환씨와의 결혼식 계획을 밝히며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김조 감독의 영화 ‘두결한장’은 감독처럼 명랑하지만 동성애자로서 살아가며 이유 없는 차별과 폭력을 당해야 하는 아픔이 진하게 녹아있다. 역시 커밍아웃한 영화감독 이송희일의 영화도 마찬가지다. ‘두결한장’과 달리 시종일관 어두운 톤의 ‘백야’는 2009년 한 동성애자가 종로에서 묻지마 폭행을 당했던 사건을 소재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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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동성결혼을 허용한 나라가 없다. 그러나 김조 감독의 헌법소원 제기에서도 볼 수 있듯이 동성결혼 합법화 문제는 더 이상 저멀리 미국이나 유럽의 문제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