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증시가 국제 유가 급락과 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소비자 신뢰지수 영향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아시아와 유럽 증시가 떨어진 것도 투자자들을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특히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대표 기술주들이 하락하면서 나스닥 낙폭이 컸다.
2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전날보다 24.23포인트(1.25%) 하락한 1921.27을 기록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는 188.88포인트(1.14%) 떨어진 1만6431.78로 마감했다. 나스닥종합 지수는 67.02포인트(1.47%) 내린 4503.58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뉴욕 증시는 국제 유가 급락 영향으로 하락 출발했다. 이란 석유 장관의 산유량 동결에 동참할 수 없다는 발언이 직격탄이 됐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장관의 감산 불가 발언에 유가가 낙폭을 키우면서 지수 하락 폭도 커졌다.
업종별로는 에너지업종이 3.33% 급락했고 원자재와 금융업종도 각각 2.11%와 1.58% 떨어지며 지수에 부담이 됐다. 애플이 2.26% 하락했고 MS와 아마존도 각각 2.79%와 1.17% 밀렸다.
◇ 국제유가, 이란·사우디 '산유량 동결·감축 없다' 발언에 4% 급락
증시 최대 복병은 국제 유가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52달러(4.6%) 급락한 31.87달러를 기록했다. 런던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랜트유 역시 배럴당 1.42달러(4.09%) 떨어진 33.27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국제 유가가 급락한 것은 이란과 사우디 석유장관 발언 때문으로 풀이된다.
비잔 남다르 장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산유량 동결에 대해 '터무니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1월 수준에서의 산유량 동결 제안은 현실적이지 않은 요구"라며 "이란의 원유 생산량이 줄면 인근 국가들이 산유량을 상당부분 앞지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알-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도 이날 휴스턴에서 열린 에너지업계 연례 최대 행사인 IHS 세라위크 컨퍼런스에서 "우리는 합의를 찾기 위해 OPEC과 비OPEC이 의견을 모으도록 애썼다"며 "감산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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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감산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충분한 재고를 허용하기 때문에 동결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산유국들 사이에서 부담을 나누려는 의지가 없었다"며 "우리는 수요와 공급이 재균형을 찾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시장이 가격을 결정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작동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 소비자신뢰 ‘7개월 최저’ 기존 주택판매 ‘예상 웃돌아’
이날 발표된 경기지표는 다소 엇갈렸다.
먼저 2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2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전월 수정치 97.8보다 하락한 92.2에 그쳤다. 이는 월가 전망치 97.5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2월 현재 여건지수는 전월의 116.6보다 하락한 112.1을, 기대지수 역시 85.3에서 78.9로 각각 낮아졌다.
린 프랑코 콘퍼런스보드 경제지표 부문 디렉터는 "소비자신뢰 약화는 비즈니스 여건에 대해 덜 낙관적인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라며 "소비자들의 단기 전망은 더 비관적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부동산 지표는 호조를 이어갔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1월 기존 주택판매가 전월 대비 0.4% 증가한 연율 547만채(계절 조정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가 예상치인 530만채를 웃도는 것으로 지난해 7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월간 기준으로는 2007년 이후 두 번째로 빠른 판매 속도를 기록했다.
1월 기존 주택판매는 전년 대비 11% 늘어났다. 1월 기존 주택재고는 전년 대비 2.2% 감소한 182만채를 나타냈으며 이를 1월 판매 속도로 환산하면 4개월치에 해당된다.
1월 기존 주택 중간 판매가격은 전년 대비 9.2% 상승한 21만3천800달러로 2015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기존 주택판매는 당초 546만채에서 547만채로 상향 조정됐다.
◇ 달러 ‘강보합’ 엔화 강세… 국제금값 1%↑
유가와 증시 하락은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를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일본 엔화와 스위스 프랑이 다시 강세를 보였고 금값도 1% 고공행진을 펼쳤다.
먼저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05% 상승한 97.44를 기록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0.12% 하락한 1.1013달러를, 프랑/달러 환율 역시 0.8% 하락한 0.9914프랑 선에 거래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0.74% 떨어진 112.07엔으로 지난 2월11일 이후 2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국제 유가는 4% 이상 급락하고 있으며 뉴욕 증시도 1%가까이 하락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발언도 엔화 강세를 부추겼다. 구로다 총재는 전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 "국채 수익률이 크게 내렸고 대출의 기준이 되는 금리나 모기지 금리도 하락하기 시작했다"며 "금리 면에서는 정책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향후 실물 경제와 물가에도 영향력이 파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12.5달러(1%) 상승한 1222.6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은 가격 역시 온스당 5.6센트(0.4%) 오른 15.24달러에 마감했다. 백금과 팔라듐도 각각 1.74%와 0.3% 상승했다. 반면 구리 가격은 0.5% 떨어졌다.
◇ 유럽증시 1% 넘게 급락
유럽의 주요 증시도 1% 넘게 급락했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 STOXX 50 지수는 1.48% 하락한 2890.63에 거래를 끝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100 지수도 전날보다 1.25% 내려간 5962.31에 거래를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1.64% 떨어진 9,416.77에,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1.40% 하락한 4,238.42에 각각 마감했다.
이날 증시는 중국경제의 성장 둔화 우려에 따라 그 영향을 지대하게 받는 광산주 등 일부 원자재 주식 가격이 크게 떨어지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종목별로 보면 런던 증시에서 영국 굴지의 광산업체인 앵글로아메리칸 주가가 6.34% 빠져 가장 나쁜 수익률을 보였다. BHP 빌리톤 주가 역시 6.05% 하락하며 하락 장세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선 독일 전기·가스 기업인 RWE 주가가 5.24% 주저앉고, 티센크루프 주가가 3.89% 내려갔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하락세 가운데서도 런던증권거래소와 합병 추진 소식이 전해진 도이체뵈르제 주가는 3.22% 상승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위안화 절하 조치를 내놓았다. PBOC가 고시한 기준환율은 전날보다 0.17% 올린 달러당 6.5273위안이었다.
수 트린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 외환전략가는 "이번 PBOC의 위안화 절하 수준은 기대치를 벗어난 정도였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