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떨어진 훈남 총리… 캐나다 국민들이 등돌린 이유

인기 떨어진 훈남 총리… 캐나다 국민들이 등돌린 이유

강민수 기자
2019.04.14 07:42

청렴·페미니스트·다양성 존중 이미지 망가져…오는 10월 총선 앞두고 승산 불투명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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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한 외모. 40대의 젊은 나이. 배우·복싱선수·번지점프 코치 등 변화무쌍한 이력. 화려한 색깔의 양말까지 신는 패셔니스타.

연예인한테나 어울릴 듯한 위 수식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다. 2015년 10월 총선에서 자유당의 승리로 총리에 오른 그는 '40대 훈남 총리'로 국내외에서 화제가 됐다. 특히 그는 같은 해 11월 캐나다 역사상 첫 남녀 동수 내각을 구성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왜 동수 내각을 구성했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2015년이니까요"라는 그의 '쿨한' 대답은 유명 배우 못지않은 인기를 불러왔다. 오죽하면 유명 여배우 엠마 왓슨이 '요즘 들은 말 중 제일 멋진 말이다. 캐나다 사랑해요(Coolest thing I've seen in a while. Love U Canada)'라는 트위터까지 올렸을 정도다.

그러나 채 4년도 되지 않아 트뤼도 총리는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몰렸다. 건설사 비리 무마 의혹, 여성 장관 2명 사임 등으로 오는 10월 총선에서의 승산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전면에 내세웠던 페미니스트·청렴·소수자 인권 보호 등의 이미지는 무너진 지 오래다. 어쩌다 이 잘생기고 쿨한 총리는 국민들에게 외면받게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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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청렴' 이미지 - 건설사 비리 수사 무마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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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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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캐나다 설문조사 업체 나노스 리서치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2.8%가 자유당을 지지한다 답해, 야당인 보수당(34.9%)보다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총선 때만 해도 자유당의 지지율은 39.1%로, 보수당(30.5%)을 훨씬 앞질렀다.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캐나다 최대 건설사 'SNC-라발린 비리 무마 의혹'이다. 몬트리올에 있는 건설사 SNC-라발린은 2001년과 2011년 사이 리비아 공사 수주를 위해 리비아 관료들에게 4800만달러(약 540억원)을 제공한 사기 및 뇌물 혐의를 받고 있다. 심지어 무아마르 가다피 전 리비아 대통령의 아들 성매매 비용까지 대준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조디 윌슨-레이볼드 전 법무장관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트뤼도 총리를 포함한 정부 고위인사로부터 SNC-라발린 기소를 연기하도록 압력을 받았다며, 이를 거부하자 좌천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27일 사법위원회에서 "정부의 여러 인사가 법무장관으로서 기소재량권을 침해할 정도로 부적절하게 꾸준히 압박해왔다"고 증언했다. 이중엔 수십 통의 전화, 이메일, 문자뿐만 아니라 트뤼도 총리와의 면대면 만남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월 트뤼도 총리는 윌슨-레이볼드 전 법무장관의 보직을 국가보훈처장으로 변경했고, 2월 그는 사임했다. 이에 제인 필포트 재무장관 역시 윌슨-레이볼드 전 장관의 지지 의사를 밝히며 지난달 사퇴했다.

지난해 의회에서 통과된 기소연기합의(DPA)에 따르면 뇌물·사기·비리 혐의로 기소된 기업이 특정 조건을 만족할 경우, 검찰이 기소를 연기해 형사 처벌을 받지 않고 벌금만 부과한다. 이는 SNC-라발린이 형사 재판으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10년간 캐나다의 모든 연방 계약 입찰을 금지당하는 데 비해 '솜방망이 처벌' 아니냐는 비판이 인다.

이에 트뤼도 총리는 관련 의혹을 부인해왔다. 오히려 그는 지난 2일 자유당 의원총회를 열어 "내각과 두 인물 사이 신뢰가 깨졌다"며 두 전임 장관을 출당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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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페미니스트' 이미지 - 2명 여성 장관 사퇴에 여성 지지층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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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캐나다 하원의원 피터 줄리안 트위터 캡쳐
/사진= 캐나다 하원의원 피터 줄리안 트위터 캡쳐

사퇴한 두 명의 장관은 2015년 트뤼도 총리가 내세웠던 남녀 동수 내각의 핵심 여성 인사들이다. 특히, 윌슨-레이볼드 전 법무장관은 캐나다 최초 원주민 출신 장관으로, '소수자 인권 보호'를 내세운 트뤼도 내각의 상징적 인물이다.

주요 여성 인사 2명이 등을 돌리면서 '페미니스트'를 자임한 트뤼도 총리의 이미지도 무너졌다. 특히 기대감이 컸던 10~30대 여성 지지층 사이에서 눈에 띄게 지지율이 줄고 있다. 나노스 리서치의 대표 닉 나노스는 "한때 트뤼도 총리는 여성들로부터 유권자 평균보다 10~20% 넘는 지지를 받았다"며 "지금은 그 비율은 5%로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여성들이 실제로 등을 돌리는 일도 있었다. 지난 2일 트뤼도 총리는 오타와 하원에서 18~23세 여성 338명으로 이뤄진 유권자 대표단 '투표를 위한 딸들'을 대상으로 연설을 진행했다. 이날은 바로 두 여성 전임 장관을 출당한 날이었다. 연설 도중 청중 일부가 자리에서 일어나 뒤돌아섰고, 그 수는 점점 늘어났다. 캐나다 매체 내셔널포스트는 "이날 40명이 넘는 여성들이 트뤼도 총리에게 등을 돌렸다"고 전했다.

그러나 트뤼도 총리는 여전히 자신이 페미니스트임을 자임했다. 이날 그는 2명 여성 장관을 퇴출한 뒤에도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부를 수 있느냐 묻는 기자의 질문에 "성평등을 포함해 모든 캐나다 국민에게 중요한 문제들을 헤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윌슨-레이볼드 장관 사임과 관련, 연설에서 "신뢰가 있을 때만 다양성은 작동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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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다양성' 이미지 - 트럼프 때문에 몰려드는 이민자에 법 강화

<!--end_block-->이민자 문제도 트뤼도 총리가 변해도 너무 변했다는 비난의 진원지다. 미국 이민법 강화에 따라 난민이 캐나다로 대거 몰리면서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지만 갑작스런 변화는 임기 초반 젊은 총리의 '다양성 존중' 기조와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인다.

/사진=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트위터
/사진=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트위터

실제로 트뤼도 총리는 2017년 1월 트위터에 "박해, 테러, 전쟁으로부터 달아나는 사람들을 캐나다는 신념과 상관없이 환영한다"며 "다양성은 우리의 힘"이라고 올린 적이 있다.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장벽을 세우겠다"는 이웃나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비교돼 트뤼도 총리는 '개념 정치인'으로 치켜세워졌다.

그러나 지난 8일 캐나다 정부는 타국에서 이미 망명 신청을 한 사람이 캐나다에 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한 법안을 발의했다. 392쪽가량의 예산안에 포함된 이민 및 난민보호법(IRPA) 개정안에 따르면 망명 신청자가 캐나다와 정보동맹을 맺은 나라에 이미 난민 보호 신청을 한 경우, 대상자로서 부적합한 것으로 규정한다. 정보동맹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소속 국가는 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 등이다. 집권당인 자유당이 다수임을 고려할 때 해당 법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지난 2년간 급격히 늘어난 망명자 수와 반대 여론을 의식해 정책을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이민 및 난민국에 따르면 2011~2016년 한 해 1만~2만명 내외던 망명 신청자 수는 2017년 5만390명, 2018년 5만5025명을 기록하며 2 ~ 3배 넘게 늘었다. 2017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민법 강화 기조로 인해 미국에서 거절당한 망명자들이 캐나다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현재 망명 신청 대기자 수는 20만명을 넘어 난민국의 심사 결과를 받으려면 평균 20개월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민자가 늘면서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캐나다 방송 CBC는 사설을 통해 "난민법 변화는 트뤼도 내각의 무지한 정치적 계산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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