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시 닛산의 독립적 경영 어려워져 <br>사이카와 CEO "닛산 관점서 보겠다" <br>곤 전 회장 축출로 인한 '역풍' 분석도

피아트크라이슬러(피아트)가 르노에 합병을 제안하면서 닛산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합병 시 르노-닛산-미쓰비시 3사연합의 지배구조에 지각변동이 발생해 닛산의 독립경영권 사수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은 "피아트가 르노와 합병하면 르노와 닛산의 관계가 재정립된다"면서 "닛산의 발언권이 축소되면서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 최고경영자(CEO)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피아트는 합병한 회사의 지분을 50%씩 나눠 갖는 안을 르노에 제시했다. 사실 이 제안이 성사되면 닛산도 당장은 손해를 보지 않는다. 닛산은 합병사의 지분 7.5%와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닛산은 현재 르노의 지분 15%를 가지고 있지만 의결권이 없다. 반면 르노는 닛산의 지분 43%를 가진 최대주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 피아트의 제안서는 이중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고 있어 프랑스 정부의 간섭도 덜 받게 된다. 프랑스 정부는 르노 지분 15%를 소유한 최대주주로,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르노의 닛산 합병 등을 놓고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닛산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FT는 "닛산은 르노보다 더 큰 매출을 기록했기 때문에 (르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면서 "피아트·르노가 합병한 회사는 1700억유로 규모의 매출을 기록할 전망인데, 이는 닛산의 매출(940억유로)을 압도한다"고 지적했다. 닛산이 그동안 르노의 합병 시도를 성공적으로 방어해왔지만 이제는 독립경영권 사수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SBI증권의 코지 엔도 전략분석가는 "(피아트·르노 합병은) 사이카와 CEO에게는 지옥 같은 일"이라면서 "협상력을 키운 르노와 대면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CLSA의 크리스토퍼 리히터 전략분석가도 "닛산이 2선으로 밀려나면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피아트는 르노, 닛산이 참여하는 3자 합병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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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장 도미니크 세나르 르노 회장은 이날 열리는 3사연합 이사회에서 합병이 닛산에도 유리하다며 설득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사이카와 CEO는 "닛산의 관점에서 합병을 더 면밀하게 보고 싶다"며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회장이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체포된 이후 르노는 닛산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당초 곤 전 회장은 르노의 닛산 완전 합병을 계획했지만 닛산의 일본인 경영진이 이에 반발해 곤 회장을 축출시킨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닛산이 강력하게 합병에 반발하면서 도리어 역풍을 맞았다고 보고 있다. 르노 측 소식통들은 FT에 "사이카와 CEO가 (합병에 있어)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면서 "세나르 회장이 이 때문에 닛산이 아닌 피아트와 협상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