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푸는 국제부 기자들] 코비 브라이언트 추모물결 <br> 부랴부랴 슈퍼볼 광고 수정 나선 '글로벌 기업들'


지난 26일(현지시간) '농구코트의 전설' 코비 브라이언트의 사망 소식은 전세계에 충격을 줬습니다.
브라이언트는 딸 지아나(13)의 농구 경기에 참여하기 위해 헬기를 타고 가다 헬기 추락사고로 사망했습니다. 그와 그의 딸 지아나를 포함해 타고 있던 9명이 모두 숨졌다는 소식에 팬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끔찍하고 가슴 아픈 일"이라며 그를 애도했습니다.
그가 사망하자 나이키 등 전세계 브랜드들도 추모의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그는 농구뿐 아니라 마케팅, 광고 업계에도 큰 업적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미 경제매체 포브스는 "브라이언트는 구단 연봉보다 광고에 제작, 출연한 것으로 더 많은 돈을 벌었으며 재능 있는 마케터였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브라이언트가 출연해 가장 이득을 본 광고주로는 '터키항공'이 꼽힙니다. 브라이언트는 2010년 미국 시장으로 진출하는 터키항공과 스폰서 계약을 맺고 2년 후인 2012년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와 함께 '레전드들이 비행기에 탔다(Legends on Board)' 광고를 찍었습니다.
광고에서 브라이언트와 메시는 한 소년 팬의 관심을 끌기 위해 서로 경쟁합니다. 농구공과 축구공으로 각자 묘기를 선보이다가 풍선을 불고 카드를 쌓는 등 재치있는 모습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광고의 조회수는 1억회가 훌쩍 넘었습니다.
브라이언트는 직접 영상을 제작하는 데도 소질이 있었습니다. 그는 미국 최대영화상인 '오스카상' 수상자기도 합니다. 그는 자신이 원고를 쓴 5분짜리 영화 '사랑하는 농구'(Dear Basketball)로 2018년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수상했습니다.

특히 브라이언트는 나이키와의 인연이 깊습니다. 브라이언트는 2003년부터 나이키 모델로 활동하며 17년간 나이키와의 관계를 이어왔습니다. 브라이언트는 마크 파커 전 나이키 최고경영자를 "자신의 멘토이자 친구"라고 자주 말한 바 있습니다. 나이키는 지금까지 코비 운동화를 17개 이상 출시했습니다.
브라이언트의 사망소식이 전해진 후 이틀만에 나이키가 만든 그의 농구화, 의류등은 모두 품절됐습니다. 현재 나이키 홈페이지에서 '코비' '브라이언트'나 그의 별명인 '맘바'를 치면 그의 죽음에 관한 회사 측 성명으로 연결되고, 특정 운동화를 검색하면 '상품은 더이상 구매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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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측은 "우리가 브라이언트의 제품을 회수했다고 알려진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향후 출시될 제품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도 불구하고 추모 열기는 브라이언트 상품에 관한 과열 양상으로 나타났습니다. ESPN은 “코비의 죽음이 알려진 뒤 중고 거래 시장에서 그의 농구화 가격은 200∼300% 급등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워드 대학의 마케팅 교수인 덴버 드로자리오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팬들은 갑자기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고 그 사람과 더 친근함을 느끼기 위해 그의 물건을 사고 싶어한다"며 "향후 가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기 때문에 수집 목적으로 구입하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브라이언트의 죽음은 미국 최대 스포츠축제인 '슈퍼볼' 광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슈퍼볼은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으로 올해는 오는 3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하드록 스타디움에서 열립니다.
이번 슈퍼볼의 30초 광고 단가는 최저 500만달러(약 59억원)에서 최고 560만달러(약 66억원)에 달합니다. 60초 광고 단가는 1000만달러(약 118억원)를 훌쩍 넘습니다.
1초에 2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가는 슈퍼볼 광고지만 기업들은 브라이언트의 사망 이후 광고를 수정하거나 아예 새로 만드느라 분주합니다. 슈퍼볼을 보기 위해 모이는 '1억' 스포츠 팬들에게 브라이언트의 영향력이란 지대하기 때문입니다.

12번째 슈퍼볼 광고에 참여하고 있는 현대차는 "원래 광고에는 파티장 밖에 주차된 헬리콥터가 등장했지만 브라이언트의 사망 이후 그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헬기 장면을 편집했다"고 밝혔습니다.
견과류 브랜드 플랜터스는 슈퍼볼 광고 방영을 며칠 앞두고 아예 광고 시나리오를 통째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원래 광고는 땅콩이 탄 트럭이 도로에서 추락해 폭발하는 내용이었지만, 브라이언트의 사망 이후 플랜터는 "트위터와 유튜브에서 이 같은 광고 캠페인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슈퍼볼 광고를 다시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미국 매체 인퀴지터는 "슈퍼볼은 광고업계에서 1년 중 가장 큰 날"이라면서 "하지만 때때로 실생활의 사건들이 방해가 된다. 예를 들어 1991년 코카콜라는 미국이 이라크를 폭격하고 전쟁에 돌입하자 '가벼운 광고를 할 시기가 아니다'라며 광고를 대폭 줄였다"고 전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역시 "요즘 기업들은 뉴스 사이클에 빠르게 대응함으로써 고객들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며 "그러나 기업들은 유명인사의 죽음으로 지배되는 뉴스 사이클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힘든 경험을 통해 배웠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2016년 신발 제조업체 크록스는 영국의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가 사망하자 그를 상징했던 번개 무늬가 박힌 신발을 출시했지만 팬들로부터 '보위의 죽음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습니다.
농구코트의 전설 브라이언트의 갑작스런 죽음은 전세계 스포츠 팬들에게 충격을 안겨줬을 뿐 아니라, 기업들의 광고 방식에도 영향을 끼칠 만큼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습니다. 전통적으로 가볍고 웃긴 광고들로 가득 찼던 슈퍼볼의 분위기가 올해는 조금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