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공으로 시작해 10조원 자산가로…중국을 움직이는 '파워 女기업인들'[차이나는 중국]

여공으로 시작해 10조원 자산가로…중국을 움직이는 '파워 女기업인들'[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전문위원
2022.03.27 06:14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2017년 입신정밀을 방문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우측 첫 번째)와 왕라이춘 입신정밀 설립자(우측 두 번째)/사진=중국 인터넷
2017년 입신정밀을 방문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우측 첫 번째)와 왕라이춘 입신정밀 설립자(우측 두 번째)/사진=중국 인터넷

대학 다닐 때, 교환교수로 한국에 온 중국 남성의 집에 놀러갔다가 중국에선 교수님이 주방에 들어가서 만두를 빚고 사모님이 거실에서 학생들을 응대했다는 얘기를 듣고 살짝 놀랐던 적이 있다. 나중에 중국에 가서 생활하면서는 중국 여성의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는 걸 생생하게 실감했다.

특히 상하이 같은 곳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의 일처리가 빈틈 없고 빠르다는 게 정설이다. 필자가 경험한 바로도 대체로 여성의 업무능력이 더 뛰어났다.

중국 기업인 중에도 눈에 띄는 여성 기업인들이 많다. 마침 최근 중국 신문에 재밌는 기사가 나왔다.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114조위안(약 2경1660조원)에 달할 정도로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걸출한 여성 기업인이 속속 나타나고 있으며 이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중국 여성 기업인들을 한번 살펴보자.

중국 여성 기업인은 연령 53세, 학력 석사, 연봉 2억1500만원

지난 3월 7일 기준, 중국 본토 A주 증시에서 여성이 이사회 의장인 상장기업은 281개사에 달했으며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3조6500억 위안(약 694조원)을 기록했다. 여성 이사회 의장 278명(3명은 2개회사의 의장 역임)의 평균 연령은 53세였으며 학사 이상 학력을 가진 사람이 80%가 넘었다.

먼저 평균 연령부터 살펴보면 50대 여성 기업인이 146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들이 1992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재천명한 남순강화(南巡講話) 이후 3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중국 경제 발전의 혜택을 가장 크게 누린 것으로 보인다. 60대는 40명, 70대 이상은 8명을 기록했다. 또한 40대가 57명, 30대가 22명을 기록하는 등 젊은 여성 기업인도 증가하고 있다.

또한 278명의 여성 이사회 의장 중 81%가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석사학위를 가진 사람은 139명(50%), 박사학위를 보유한 사람은 23명(8.3%)에 달했다. 석사 이상 학력이 58%를 넘는 등 고학력 추세가 뚜렷했다.

연봉도 살펴보자. 47명은 연봉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연봉이 공개된 231명의 2020년 평균 연봉은 113만 위안(약 2억1500만원)을 기록했다. 한 명만 연봉이 1041만 위안(약 19억7800만원)으로 1000만위안을 넘었으며 4명의 연봉이 500만 위안(약 9억5000만원)을 초과했다.

연봉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지만, 여성 기업인이 경영 중인 281개 상장기업 시가총액 합계는 3조6500억 위안(약 694조원)에 달할 정도로 컸다. 특히 4개사의 시가총액은 1000억 위안(약 19조원)이 넘었다.

이들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상장기업은 애플 협력업체인 입신정밀(2559억 위안, 48조6000억원)이며 그 다음은 중국 1위 에어컨업체 거리전기(2064억 위안, 39조2000억원)다. 입신정밀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시가총액이 300억~1000억 위안(약 5조7000억~19조원)에 달하는 상장기업이 20개사, 100억~300억 위안(약 1조9000억~5조7000억원)인 상장기업이 59개사에 달하는 등 규모가 큰 상장기업이 적지 않다.

여성 이사회 의장뿐 아니라 여성 이사도 증가세다. 중국 난카이대학 중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중국 상장기업의 여성 이사 비중은 2012년 6.06%에서 2021년 16.57%로 10%포인트 넘게 증가했다. 중국 상장기업에서 여성 이사회 의장뿐 아니라 여성 이사가 증가하면서 여성의 영향력이 확연히 커진 걸 나타낸다.

여공에서 10조원대 자산가로 변신한 왕라이춘

입신정밀을 세운 왕라이춘(王來春·55)이 대표적인 중국 여성 기업인이다. 미국 포브스지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왕라이춘의 자산은 93억 달러(약 11조2500억원)로 중국 57위 부호자리를 차지했다.

왕라이춘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1967년 중국 광둥성(省) 가난한 농촌가정에서 태어난 왕라이춘은 1988년 선전에 첫 중국 공장을 세운 대만업체 폭스콘에 입사했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거듭되는 야근으로 함께 입사한 여공들이 회사를 그만뒀지만, 왕라이춘은 10년 넘게 묵묵히 일하면서 천명이 넘는 근로자를 책임지는 과장 자리에 오른다.

/사진=포브스 홈페이지 캡처
/사진=포브스 홈페이지 캡처

왕라이춘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999년 왕라이춘은 중국 임가공업의 성장성을 보고 폭스콘을 그만두고 창업에 나섰다. 동생과 함께 수십만 위안을 투자해 홍콩에 입신기업을 설립하고 폭스콘과 똑같은 임가공업에 나선 것이다.

2002년 이후 폭스콘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주문이 밀려들었고 왕라이춘을 눈여겨봐온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이 왕라이춘에게 오더를 주면서 입신기업은 고속 성장 궤도에 진입한다. 왕라이춘은 2004년 선전에 '입신정밀'을 설립했고 2010년 중국 증시에 회사를 상장했다.

입신정밀의 성장에 궈타이밍이라는 운이 작용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입신정밀의 본격적인 성장은 상장 후에 비로소 시작된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입신정밀은 16차례에 걸친 인수합병을 통해, 통신, 자동차전장, 음향 산업에 진출한다.

특히 2016년 입신정밀은 수저우 메이터의 지분 51%를 인수하면서 음향산업에 진출했으며, 이 인수합병을 계기로 에어팟(AirPods)의 최대 위탁생산업체로 성장한다. 2017년말 중국 쿤산에 있는 입신정밀 공장을 방문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공장을 둘러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이후 입신정밀은 애플 협력업체로서의 자리를 굳혔다.

2020년 하반기 입신정밀 시가총액은 한때 4000억 위안(약 76조원)을 돌파하며 폭스콘 시총을 넘기도 했다. 그야말로 청출어람이다.

왕라이춘처럼 중국 경제가 고속성장하던 시기에 직접 개혁·개방의 최전선에 뛰어들었던 중국 여성들이 중국의 파워 여성기업인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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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논설위원

중국과 금융에 관심이 많습니다. PhD in fin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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